신부동 벽화거리를 아시나요?

번잡하고 지저분한 거리가 문화거리로

지역내일 2011-12-23 (수정 2011-12-23 오후 3:17:12)

지난 2일 오후 5시, 신부동 철탑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닥불이 타오르고 한쪽에는 삼겹살 바비큐 장비도 보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불꽃놀이를 즐겼다.
모인 사람들은 갑작스런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의 정식 명칭은 ‘천안시 신부동 벽화사업 폐단식’. 6개월 동안 이어진 열정에 추위도 녹아내렸다. 


* 지난 6월부터 벽화사업에 함께 한 사람들. 본격적인 벽화 활동은 10월 시작했다.

“홍대 문화거리. 우리라고 왜 못해?”




신세계 충청점 맞은편 거리는 천안시 대표 상가밀집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상가의 무분별한 난립, 무질서한 차량, 불법 전단 살포 등으로 ‘불편한 곳’ ‘지저분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천안 서부권 개발로 쌍용·두정·불당동으로 인구가 이동, 신부동은 점차 중고생, 대학생들의 거리로 자리 잡았다.
활기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상태. 점차 신부동 상권은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축소되었다. 상가거리 중앙 공원은 방치된 지 오래다.
그곳을 희망이 붓질했다. 천안시 대학생들과 신부동 상인회가 함께 그들만의 ‘벽화’를 그리며 산뜻한 거리를 조성하고 나섰다.
이는 신부동의 환경정비와 변화를 갈구하는 상인회 전혁구 회장, 이시백 화가, 그리고 남서울대·호서대·단국대·상명대 등 천안시내 4개교 대학생들이 이루어낸 변화다. ‘슈퍼스타 K3’를 통해 일약 대스타가 된 버스코버스코 장범준(상명대 애니메이션 학과 휴학 중)씨도 초반 벽화 사업을 함께 했다.




40여명 대학생 참여한 단 하나뿐인 벽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맞춘 듯 작업 때마다 내리는 비, 벽화사업을 바라보는 주변의 날선 시선 등이 진행을 가로막았다.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벽화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지저분한 포스터가 이곳저곳 붙고 뜯긴 자국이 무성한 더러운 거리에서 벗어나자’는 신부동 상인회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대학생의 바람은 하나의 목표를 향했다. 바로 신부동 거리를 문화와 젊은 낭만이 가득한 거리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변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나왔다. 천안시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비율의 대학 밀집 지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문화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하지만 벽화 사업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천안은 대학에 다니는 동안 잠시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벽화사업을 하면서 천안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며 “6개월 동안 그린 나만의 작품이 있는 이곳은 절대 잊지 못할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훌륭한 추억거리를 만들겠느냐”며 작업에 열심이었다.




6개월의 1차 작업이 끝난 지금, 신부동 상가거리 곳곳에 보이는 앙증맞은 벽화는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벽화거리 조성을 위해 땀 흘린 40여명의 흔적은 신부동을 젊은 문화의 거리로 바꾸고 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인터뷰 - 신부동 상인회 전혁구 회장
“벽화거리와 문화공간으로 신부동이 젊어집니다”


* 벽화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3인. 왼쪽부터 전혁구 상인회장, 이시백 화가, 대학생 대표 황정석 학생

신부동 벽화거리는 지역 대학생들과 그들을 이끈 이시백 화가, 그리고 신부동 상인회 전혁구 회장의 어우러짐이 이루어낸 성과다. 특히 전혁구 회장은 벽화사업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토로했다. 
전 회장은 그동안 문화가 사라지고 상술만 남는 신부동 상가거리가 안타까웠다. 그렇기에 지난 6개월을 통한 변화가 누구보다 기쁘다. 그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신부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물론 그는 앞으로 신부동의 변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서울 홍대, 대학로와 같은 문화거리를 우리라고 갖추지 못할 건 없지요. 주말이면 공원에서 공연을 열고 2차 벽화사업도 추진하면서 누구나 찾고 싶은 문화거리로 만들 겁니다.”
하지만 이는 상인회와 주민, 대학생들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전 회장의 이야기. 그는 “천안역 명동 상권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신부동 상가거리도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변화를 향한 의지를 갖고 도약하려고 할 때, 천안시가 거리의 활성화 방안에 함께 한다면 신부동이 젊은 문화거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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