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낙보청기, 지우 이야기

지역내일 2011-12-21

지우 이야기

아홉 살 지우는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했습니다. 어린 지우는 엄마 아빠 품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은 안 다 다녀본 곳이 없었고 용하다는 한의사는 거의 만나봤습니다. 결국 지우는 두 살을 넘기고 몇 개월이 지나서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듣기를 시작한 시기는 늦었지만 고맙게도 지우는 인공와우를 착용한지 한 달여 지나자 소리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모두가 너무 감격하고 행복했습니다. 열심히 언어치료를 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정상청력을 가진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 만큼 듣기도 잘 하며 멋지게 말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우는 매일 엄마에게 전학시켜 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지우를 엄마는 가슴 아파하면서도 학교로 데려다 줍니다.  지우는 유치원에 다닐 때 활발하고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서로 가리는 것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어린 또래친구들은 지우의 인공와우가 신기하기만 했고 지우는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활발하고 즐겁게 생활하던 지우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장애자는 꺼져”,  “쟤랑 놀지마!” 이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점점 자주 듣게 됩니다. 친절하게 대해주던 짝궁도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쉬는 시간이면 교실이 좁을 만큼 신나게 놀던 지우는 책상에 앉아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제는 지우의 인공와우를 향해 친구가 물을 뿌려대며 놀리는 바람에 몸싸움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지우를 만나면 기계를 조절하여 주는 것 말고 더 해 줄 것이 없습니다.몸도 마음도 건강한 우리 아이들이 단지 듣지 못해서, 아니 이제는 보청기나 인공와우 장치의 도움을 받아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무시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더욱 어린 나이의 또래들에게 벌써 따돌림을 받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 사회의 냉혹함이나 치열한 경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만나는 이웃이 장애가 있다고 거리감을 두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게 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 장애우를 따돌리도록 본을 보여준 것입니다.
*인공와우 : 고심도 난청을 가진 사람에게 수술적 방법으로 달팽이관내에 전극을 삽입하여 외부의 소리를 전기자극으로 변환시켜 청신경으로 전달시켜 주는장치. 내부에 삽입되는 장치와 귀바퀴 및 머리에 부착하는 장치로 이루어져있다.

배미란 청각학 박사
포낙보청기 부천센터 부설 펄청각재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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