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극계는 일년 내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극단의 자체 공연은 물론이고 외부 초청공연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하루도 빠짐없이 무대에 오른다. 장르도 풍성하다. 정통극에서부터 실험극,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까지 다양하게 공연된다. 골라 즐길 수 있는 연극 몇 편을 소개한다.
가족연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부산시립극단 특별기획공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호소하는 연말 분위기에 제격이다. 톨스토이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다.
부산시립극단 버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원작의 흐름을 살린 스토리에 생동감 있는 대사와 발랄한 몸짓이 살아있는 연극으로 만들었다.
잘 알려진 원작 탓에 결말이 뻔하다는 예상은 금물이다. 다양한 연극적 장치, 압축된 스토리와 대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뻔히 아는 것도 잊게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웃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부산시립극단 무대감독 정순지가 연출을 맡아 오랜 연극무대에서 쌓은 만만찮은 내공을 선보인다. 정행심 이돈희 등 부산시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21일과 22일 오후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초등학생 이상 관람. 균일 1만원. (607-3151)
연극으로 보는 `라쇼몽''
`나생문''하면 자연스럽게 일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를 떠올린다. 원작은 따로 있다.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라쇼몽''(1951)과 `덤불 속에서''(1922)를 합쳐 만든 작품이다. 소설 두 편을 영화로 재구성한 구로자와 아키라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인들이 가진 허위의식, 죄의식과 피해의식을 오롯이 드러냈다.
극단 전위무대가 가마골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나생문''은 영화 `라쇼몽''을 연극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연극은 비장함 대신 웃음을 선택했다. 영화가 던진 질문인 `무엇이 확실한지 알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연극으로 건너와 `옳으냐 그르냐 하는 거 따져 뭐하겠느냐''는 것으로 바뀐다. 인간은 원래 그렇지 않느냐는 결론은 원작의 그늘을 걷어내려는 신세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무심한 듯 세태를 비판하는 연극정신이 살아있는 대목이자, 연극적 쾌감을 한껏 높일 수 있는 반전이기도 하다.
오는 21일까지 가마골소극장. 평일 오후8시, 토 오후3시 7시, 일 오후3시. 일반 2만5천원, 대학생 2만원, 초중고생 1만5천원. (1588-9155)
웃다가 배꼽 빠지는 `죽여주는 이야기''
기분이 우울해서 억지로라도 웃음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추천할 만하다. `정말 웃다가 죽는 줄 알았다''는 관객평이 줄줄이 올라오는,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하는 연극이다.
주인공은 자살 사이트 운영자인 `안락사''다. 그의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마돈나''와 마돈나를 데려온 멍청한 사내 `바보 레옹''이 나타난다. 죽여주는 곳에서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서로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난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호인 `마돈나''와 `레옹''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캐릭터, 결코 웃을 수 없는 소재를 웃음으로 만들어낸 감각이 돋보인다.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비난은 잠시 보류할 것. 우울해서 죽는 것보다야 웃다가 배꼽 빠지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은가.
오는 24일까지 토 오후2시, 5시, 8시. 크리스마스인 25일은 오후1시, 4시, 7시 공연.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소극장. 균일 3만원. 만7세 이상 입장. (160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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