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사다 ‘레시피 제과' 하연옥 기능장 - “밥 대신 빵을 줘도 미안하지 않아요”

대전 최초 '여자 제과 기능장'

지역내일 2011-12-19 (수정 2011-12-19 오전 11:25:59)

제빵사가 이글루처럼 둥근 빵을 자르고 단면에 생크림을 발랐다. 빵 위에 얇게 깎은 초콜릿 조각을 뿌리고 달콤한 블랙 체리로 마침표를 찍으니 군침 도는 예쁜 케이크로 변한다. 향기나는 부드러운 케이크는 그렇게 명인 (레시피 제과 대표 하연옥)씨의 손에서 태어났다. 하 씨의 손등 흉터는 그가 대전 최초 여성 제과 기능장이 되기까지의 경륜을 말해준다.











하연옥 기능장은 대전 최초 여성 제과기능장이다.

노동보다 힘들었던 편견의 벽






하연옥 씨가 처음 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여자는 안 돼’라는 말이다. 빵이 좋아 대학도 포기하고 기능인의 길을 선택했지만 가장 큰 장벽은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됀다는 ‘편견’이었다. 양식·제빵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창의적으로 빵을 기회조차 없었다. 빵 만들 기회를 어렵게 얻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빵틀로 빵을 찍어 내 듯 단순 업무 뿐 이었다. 질문은 용납 되지 않았고 하 씨의 의견은 묵살 됐다. 그럴수록 빵에 대한 열정은 발효 과정의 반죽처럼 커졌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시키는 대로 그냥 해'였어요. 낮은 직급의 여자 제빵사의 의견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거였죠.”






하 씨가 그 시절의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기며 귀를 기울이며 가게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이 특별한(?) 사랑방 손님들이 외국에 나갔다 들어 올 땐 희귀한 빵을 들고 온다. 인근에 있는 대형 제과점이 있지만 언제나 하 씨의 빵을 사러 온다. 하 씨는 ‘가족 같은 단골들’이라고 말한다.






 






7번 떨어진 기능장 시험 … 실패가 아닌 숙성의 시간






하 씨가 제빵을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5시다. 하 씨는 인공첨가제를 넣지 않고 곡물유산균을 발효제로 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한 하 씨만의 발효종이다. 옹기에 키운 발효종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빵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단골들이 말해요. 제가 만든 빵은 ‘밥처럼 먹을 수 있다’고. 아이에게 밥 대신 줘도 미안하지 않다고요. 제빵사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같아요.”






이러한 찬사가 하 씨의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4년 동안 7번 고배를 마셨지만 하 씨는 그 시간을 숙성의 기회로 삼았다. 제과점 운영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지만 그 시간을 쪼개 연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8번째 도전. 대전 최초 여성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 탄생했다.






“제가 열심히 만든 빵을 경차로 배달해 주는 아버지가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덕분에 편한 맘으로 빵에 집중할 수 있어요.”






하 씨의 도전은 기능장 합격으로 끝이 아니다. ‘명장’에 도전하는 것과 빵의 역사를 담은 ‘빵 박물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매달 제빵사 선후배들과 5000개의 빵을 만들어 봉사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레시피’에 가면 빵과 제빵사의 오래 숙성된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중리동 레시피 제과 042-621-0035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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