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행복’해지다
우리네 어촌과 다를 것 없는 작은 항구 도시 르아브르. 그 곳에서 동화가 시작된다. 구두를 닦으며 근근히 살아가는 마르셀(앙드레 윌름스). 언제나 외상인 인생이지만 자신에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착한 아내 아를레티(카티 오우티넨)와 선한 이웃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큰 병이 찾아오고 설상가상으로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브론딘 미구엘)까지 숨겨주게 되면서 그는 마을 경감 모네(장 피에르 다루생)의 감시를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
이 영화는 마치 고전 영화같다. 10여 년 전 어느 곳에선가 있었을 법한 작은 마을과 착한 사람들이 우리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동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외상이 많을수록 오랜 단골이라는 증거’라고 말하는 마르셀에게 외상을 안 주려고 피하던 상점 주인이 마르셀이 이드리사를 도와주게 되자 갑자기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물건이 너무 많다”며 식료품을 잔뜩 챙겨주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런 게 ‘마을’이고 ‘정’이 아닐까.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사람은 유명한 화가와 이름이 같은 모네 경감이다. 모네 경감은 무뚝둑하고 자기 일에 성실한 인물로 장발장의 자베르 형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도 르 아브르의 사람. 마르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넌지시 힌트를 준다. 그가 가게에서 마르셀에 대해 물어보며 파인애플을 사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다.
영화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지도 않고 너무 불쌍하게 그리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표정을 담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나타낼 뿐이다. 영국으로 가려던 컨테이너 박스가 행정착오로 르 아브르에 도착하게 되고 이틀간이나 갇혀 있던 불법 이민자들은 다시 허무하게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는데 이드리사만 달아나 마르셀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상황을 담백하면서도 밝게 그려내 오히려 큰 울림을 준다.
우리네 시골 마을처럼 정겨운 르 아브르
영화를 보며 르 아브르가 전설에나 남아있는 우리의 시골 마을처럼 느껴졌다. 촌스러운 듯 경쾌한 음악과 풍경이 그렇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훈훈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요란하게 사랑을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이미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이드리사를 보호하고 돕는다. 이드리사 또한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짐이 되지 않으려고 마르셀을 돕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 추운 겨울 CGV 무비꼴라쥬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자.
문의 1544-1122(CGV오리)
이혜경 리포터 skyhyekyung@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