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사대부속여고(광진구 구의2동 소재)에서 스타쌤을 꼽으라면 학생, 교사 대부분이 민보경(40세) 교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학교 안에서는 긍정 카리스마와 엄마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다독여 이끌어주고 학교 밖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며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학문인 과학이 교육현장을 넘어 사회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도약했음 하는 바람을 담아 과학교육, 과학영재교육에 힘쓰고 있는 민 교사를 만났다.
아름다운 학문, 물리
여자들에게 물리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여학교의 물리교사라는 자리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 어렵고 특이한(?) 학문을 선택하셨다”는 말이 먼저 건네졌다. “특이한 학문이다니요. 물리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아주 아름다운 학문이에요. 여학생들이기에 당연히 어려워할 거라는 편견을 갖고 접근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요. 교사가 재미있게 접근시키면 얼마든지 재밌는 수업이 가능한 과목입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반짝이며 민 교사의 물리과목 예찬이 이어진다.
학기 초,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가 하는 일은 물리 과목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업. 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세상에 있는 질량을 가진 모든 것들이 우리를 끌어당긴다는 것.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인데 이처럼 물리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닌 아름답고 감성적인 학문이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간의 정체성과 우주의 시작과 끝을 연구하는 낭만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발표수업도 중요한 과정. 개인별로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 3~5분 이내로 발표하는 시간인데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처음 발표수업을 도입했을 때는 교과와 관련한 내용으로 주제를 한정했었어요.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내용이면 어느 것이든 상관없어요. 그랬더니 제 수업에 관심 없던 녀석들도 참여하게 되고 자신의 관심 분야와 꿈을 들려주니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요.” 학생들의 발표내용은 생활기록부에 꼼꼼히 기록해주는데 이 또한 그가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교내외 활동 왕성한 에너자이저
민 교사는 교내외에서 폭넓게 활약하며 명성을 얻고 있다. 자신이 연구한 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자 시작했던 것이 다양한 일과 성과로 돌아왔다. 작년에는 영재아 학부모교육과 관련한 연구로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특히 과학영재교육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다. 성동교육청 영재교육원 중등과정 지도교사, 서울시교육청 과학교사 연수 강의, 한국교육개발원 영재아 부모를 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참여 등 그의 활동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1학기에는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학생들을 위해 강의도 했다. 학교 안에서는 담임·과학교사로 서울시교육청 수학과학영재학급 담당교사, 과학탐구심화반 운영, 과학논술 수업을 맡고 있다.
활동반경이 넓다 보니 주부이자 두 딸의 엄마로서 가족들에게 듣는 원성이 대단할 법하다. “주말에는 강의 준비하느라 컴퓨터 붙잡고 있는 엄마이기에 저희 애들 보기에 나쁜 엄마가 분명하죠. 저와 같은 길을 가길 원하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도 즐겁기는 했지만 우리 반 아이들과 딸들에게 미안해서 그만뒀습니다.”(웃음)
2003년부터 맡고 있는 교내 과학탐구심화반에 대한 애정도 특별하다.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을 모아 실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방향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매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발휘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가 천직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과학의 가치 인정받았음 해요
학생들에게 ‘덕승재(德勝才)’를 강조한다는 민 교사. 덕승재는 ‘재주보다 덕을 앞세우라’는 의미로 항상 자신을 낮추고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리더가 되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주는 또 다른 긍정 메시지는 ‘과학과 예술을 겸비한 인재’라는 말이다. 과학고생이나 일반인들이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캐치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뭔가를 꼭 이루어냅니다. 학교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봐왔고 그런 아이들에게 저는 배우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민 교사에게 꿈을 물었다.
“훌륭하고 멋진 제자를 기르는 것이에요. 과학과목이 선택교과가 되면서 과학교육의 힘이 약해졌고 과학을 좋아함에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서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는 분위깁니다. 제가 체험한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많이 전해주고 싶은데 안타까운 일이죠. 제자, 후배들이 순수하게 과학이라는 학문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음 합니다.”
교사 민보경은 명쾌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내놓은 답변 또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물음표를 던진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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