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복서출신의 테너 조용갑

누구나 꿈을 품고 만들어가는 세상 펼쳐가고 싶어

지역내일 2011-12-15 (수정 2011-12-15 오전 10:20:18)

14년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너 조용갑씨. 복서 출신의 테너로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그는 유럽에서 활동하며 오페라 ‘오텔로’ ‘라보엠’ 등의 주인공을 300여 차례나 도맡았던 실력파 테너이자 이탈리아 유학생에게는 꿈의 학교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출신, 그리고 국제 콩쿠르 20여 차례 우승 등 성악가로서 성공한 삶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한국에 들어와 7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토스카’의 카바로도시로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나며 그의 특이한 이력은 곧장 각종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현재는 TV방송인 ‘아침마당’ 패널로도 출연중이다.

전국의 송년음악회 스케줄을 비롯해 꽉 짜여 진 일정으로 바쁜 그를, 청소년기부터 그가 다니고 있는 공릉동 드림교회에서 지난 12일 만났다. 그에게서 그동안의 인생역정,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심분야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인생 제1막...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된 우울했던 섬소년 시절

전라남도 서쪽 끝에 위치한 섬 가거도에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자란 소년 조용갑. 할아버지, 아버지대의 거듭된 사업실패로 계속 빚을 갚아나가도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도리어 늘어나던 시절. 운동화 대신 고무신으로, 책가방 대신 책보를 들며 학교를 다니던 그는 늘 배가 고팠다. 또한 술만 마시면 시작되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그의 가슴 속, 부모와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라는 뜨거운 불씨를 키우게 했다. 이렇듯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며 서울로 상경한다.

인생 제2막...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종교를 통해 사랑을 알게 된 서울에서의 생활

17세에 서울로 상경하면서 기술을 배워 돈을 벌려는 생각에 첫 직장으로 철공소를 택했다. 이후 ‘학교에 가야 된다’는 누나의 권유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신문배달, 우유배달, 차량 세차, 호떡장수, 군고구마장수, 악세사리 판매 등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 집세를 직접 벌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또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권투를 시작해 군 제대 후 프로로 전향, 5년가량 활동했다.
군 제대 후엔 목회자가 되고 싶은 생각에 신학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당시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소리에 대한 재능이 더 많다’는 권유에 그는 ‘성악가’라는 꿈을 꾸게 된다. 비록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이지만 그의 꿈을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파바로티의 테잎을 사서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학원 봉고차를 운행하면서도, 길을 가면서도 항상 그는 노래를 불렀다. 또한 권투연습을 겸해 불암산에 매일 올라가 소리 지르고 노래했다.
한편, 서울에 올라와 종교를 갖게 된 그는 가정에서 받지 못했던 사랑을 종교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고 원망이 감사로, 부정적인 삶의 태도가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5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지원해주시겠다는 목사님의 도움으로 27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다.

인생 제3막...배고픔 가운데 열정과 도전으로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리던 유럽에서의 생활

27살 1월, 청년 조용갑은 언어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서 부딪힌다는 생각으로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 조수미가 졸업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합격을 했다. 정식 레슨도 받은 적 없고, 악보도 볼 줄 모르던 그에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2년 후 콩쿨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를 계기로 오페라, 콩쿨 등의 길이 열렸다. 그는 하루 10~12시간을 매일 연습하다 성대결절로 6개월 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시기를 겪기도 했다. 이 때 소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이후로는 소리를 낼 때도 소리에 마음을 담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 이후 유럽의 각종 콩쿨에서 20여회 우승하며 이름을 널리 알리고, ‘라보엠’의 루돌프,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토스카’의 카바로도시, ‘오텔로’의 오텔로, ‘아이다’의 라다메스 등 약 20여 작품의 주인공으로 300여 회 유럽 오페라 무대에 오르며 14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인생 제4막...새로운 시작을 여는 한국에서의 생활

14년간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간간히 한국에 나올 때마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와 함께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한 소규모 공연을 하다 지인의 권유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공개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토스카’의 남자주인공 카바로도시로 뽑히고, 지난 7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했다.
이 공연 이후 ‘복서출신의 성악가’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세인들의 관심을 끌며 화제의 인물로 9시뉴스, 스타킹, 아침마당 등 방송과 각종 일간지에 그의 이야기가 전면에 소개되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오는 21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그랜드오페라단의 ‘2011 송년 오페라 갈라’, 22일에는 경기도문화의 전당 ‘콘서트 공감’, 27일에는 극동방송 송년음악회, 29일에는 노원문화예술회관 송년음악회를 앞두고 있다.

현재의 관심사...TOP
(Truth of Players) 통해 음악적 재능은 있지만 꿈을 못 이룬 사람들에게 꿈과 비전 심어주고 싶어

그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조건 없는 도움으로 음악적 재능을 맘껏 펼 수 있었던 테너 조용갑씨. 그는 음악에 재능은 있지만 그처럼 형편이 어려워 꿈을 못 이룬 사람들을 돕고 비전을 심어주고자 성악가, 교수, 유학생 출신 등 음악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TOP(Truth of Players)’를 구성했다. 성악전공 유무와 관계없이 오디션을 거쳐 인재를 찾아 무료로 가르치고, 군부대나 교도소 등 소외된 계층과 음악이 필요한 공간을 찾아 공연을 펼치며, 수익금 중 일부는 젊은 음악도를 돕는 데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탈리아에서 7명의 TOP 단원이 훈련을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전혀 음악공부를 하지 않은 고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8명의 사연 있는 단원을 뽑아 훈련중”이라며 “지난 10월 말에는 한국에서 오디션을 통해 음악에 관심 있고 재능 있는 40명의 단원을 선발해 ‘TOP합창단’을 결성했다”고 말한다. TOP합창단은 향후 오페라합창단으로 구성해 함께 활동할 것이라며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오디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는 “TOP는 서로 도와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단체로, 나에게 있어 미래의 꿈이고 향후 중점적인 일의 시작이다. TOP와 같은 팀들을 계속 구성해 건전한 문화를 만들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작은 꿈을 품고 만들어가는 세상을 펼쳐 무의미한 인생에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램을 밝힌다.

한미정 리포터 doribang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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