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많은 질병이 영양과잉에서 비롯된다고 밝혀지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 채식은 채식일 뿐 ‘격’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우리네 채식밥상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동탄에 자리잡은 채식한정식 ‘요산재’의 김현태 사장이 바로 그다.
전직은 사회복지사, 현직은 음식(?)복지사
‘어제는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모습을 만든다.’ 누군가를 만나 지나온 삶의 여정을 함께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김 사장과도 그랬다. 오랜 시간 사회복지사로 일한 그가 오늘의 요산재를 운영하게 되기까지 허투루 지난 것은 없었다.
공학도였던 김 사장은 군 입대 전 우연히 친구 따라 간 사회복지시설에서의 큰 충격을 받는다. 진작 알았으면 천직이 됐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군에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발길은 그 곳으로 향했다. 제대 후 복학을 미루고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된다. 시설에서 근무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좀 더 체계적인 복지 경영을 위해 다시 경영학과에 진학도 했다. 그 후 노인요양시설 컨설팅과 용품, 식자재 유통 업무를 하게 된다. 이 일은 그가 식품의 중요성을 가슴 깊게 느낀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사실 김현태 사장은 7살부터 남다른 식성을 고수하고 있었다. 시골에 놀러 갔다 예쁜 어미소와 송아지를 먹는다는 사실에 놀라 채식주의자가 돼 버린 것. 조금 다른 식성은 힘들기도 했지만, 일과 접목시킨 채식한정식과의 특별한 궁합을 탄생시켰다. 우연히 근무지였던 안산의 채식뷔페 ‘요산재’에 가게 된 그는 한 건물에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과 요산재를 함께 운영하는 꿈을 꾸게 된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채식한정식만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였던 전직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음식에도 복지(?)를 추구하기 때문.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처럼 잘 만든 음식으로 요산재를 찾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환경, 생태, 건강을 생각한 정직한 밥상
김현태 사장의 채식요리에는 생각이 담겨있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 필요한 사료의 양은 엄청납니다. 사료 재배를 위한 경작지를 조성하려고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가축들이 내어 놓는 매탄 가스는 지구환경에 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얘기를 이어간다.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한 생각 없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항생제, 성장호르몬제 등을 투여 받고, 좁은 우리에 갇혀 미국산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을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육류의 섭취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 땅의 자연 상태에서 건강하게 자라난 육류나 유기농, 저농약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는 것이다.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건강한 생산자 역시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룩될 것이다. 생태적 식생활 문화 확산은 우리의 환경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작은 실천이 되리라 믿는다.
요산재는 음식에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채식한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 유기농단체, 귀농자들이 정성으로 기른 유기농산물과 자연재료만을 이용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다. 또한 싸구려라는 채식의 편견을 깨고 격조 높은 한정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점차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에도 일조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문을 연 지 1년,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바람대로 한국의 채식진수를 맛보러 요산재를 찾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김 사장의 기쁨이요, 보람이 되는 순간이다.
매일 일에 최선을 다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고파
영양이 뛰어나고 건강에 좋다는 사실만으로 음식점은 유지될 수 없다. 음식은 ‘맛’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도 그 점에 주목하고 맛과 건강을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요산재는 육류, 달걀, 우유, 조미료 등을 전혀 쓰지 않고도 풍부한 맛과 영양을 살려낸다. 된장국도 멸치다시를 내지 않고, 표고버섯, 다시마, 무, 양파를 우려낸 물로 끓여내며 승부를 건다. 콩으로 고기 맛을 낼 때도 특유의 조리비법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 시켰다. 그 맛에 정말 콩으로만 만들었냐고 깜짝 놀라는 손님들도 많다. 신메뉴도 계속 개발해 요산재의 맛을 더 널리 알려나가고자 한다. 근래에는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다 보니 정식코스 가격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한 특선 메뉴도 개발 했다. 점심때 죽, 샐러드, 전, 우엉잡채, 채식고기, 미나리편채의 5가지 코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비빕밥정식과 청국장정식이다. 유기농 콩을 사용한 청국장은 청국장 고유의 냄새를 제거하여 아이부터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다. 비빕밥 정식은 갖은 나물에 콩고기를 고명으로 얹어 맛을 더했다.
그는 매일매일 가슴 뛰는 삶을 추구한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뜨거운 가슴이 함께 하는 ‘삶’ 말이다. 채식한정식 요산재는 김현태 사장에게 그런 의미다. 이제 또 다른 도약을 계획한다. ‘채식이 선택이 아닌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그는 미래 가치로 채식이 제대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의 생각에 동참하고, 친환경 채식문화의 정착을 선도할 분들을 만나고 싶다. 여러 지역에 요산재한정식의 문을 열어 멀리서 동탄까지 찾아주는 손님들의 번거로움을 덜어드리고 싶다. “제가 산악자전거 아마추어 선수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지점까지 힘든 산길을 달려 나갈 때 무한 희열을 느끼죠. 요산재가 우리나라 건강 음식문화의 선구자가 되는 목표를 향해 힘껏 페달을 밟아 볼까 합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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