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이는 시나리오를 썼고, 그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시나리오가 좋았던지 그의 첫 영화 ‘원하는대로’는 2002년 전북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미친 김치’와 2010년 ‘소나무’는 전북독립영화제 옹골진상을 수상했다.
매년 12월이면 내년에는 무얼 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강지이(39) 감독. 차기작 장편 시나리오 준비에 한창인 강지이 감독을 만났다.
캐릭터 속에 꿈을 응원
그는 영화 속에서 때로는 수줍게, 발랄하게,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꿈을 이야기한다. 그 꿈을 이야기하는 얼굴이 환하다. 영화 속에 꿈이 살아있는 캐릭터는 그가 좋아하고 담고 싶은 이야기다.
“그런 캐릭터를 좋아해요. 자신감 없는 캐릭터가 나중에는 자아를 찾아서 멋있게 변하는 인물이요. 영화에서는 그런 인물에게 응원을 보내잖아요. ‘넌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라고 당당하게 소리를 낼 수 있어요.”
그가 살아온 20여 년의 시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살았던 시간이었다. 딱히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따랐다.
임용고시 낙방 후 꿈처럼 다가온 영화
뜻밖의 시련들을 겪으면서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꿈이 예기치 않게 튀어 나왔다. 사범대(전북대 국민윤리과)를 졸업한 그는 임용고시에서 떨어졌다. 좌절일 줄 알았는데 끝에 영화가 희망처럼 다가왔다.
“임용고시에 떨어졌어요. 그런데 속이 뻥 뚫린 것처럼 후련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다른 삶을 살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그 때 생각한 것이 영화였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무던히 영화를 보았다. 그러는 동안 영화를 제대로 보는 능력까지 생겼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을 나누면서 감독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족한테 서울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숨기고 독립영화협의회 영화제작 워크숍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지냈다.
‘영화공부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 반응은 어땠을까.
“부모님은 반대하셨죠. 그 당시 제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어요. 안정적인 교사가 되는 길과 뭔가 보이지 않은 영화의 길이죠. 사실 많은 갈등의 시간이 있었어요. 항상 머릿속에 윤기가 흐르고 찰진 밥이 떠올랐어요. 교사가 되면 그런 밥을 먹겠지. 영화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죠.” 하지만 그는 영화를 선택했고 부모님도 그의 진지함에 모두 설득 당했다.
봉준호 감독은 나의 워너비
“봉준호 감독님은 모든 감독의 워너비일 거예요. 저 역시 봉준호 감독님과 연출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요. 현장통제력과 특유의 유머가 영화 속에 나와요. 저도 닮고 싶어요.”
그는 몇 년 동안 봉준호 감독 연출부에서 일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혔다. 영화작업은 매 순간 어렵다.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배우캐스팅, 현장로케이션 등 최종 선택에서 항상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강지이 감독은 단편영화에서 장편 영화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화작업은 그에게 꿈을 업그레이드 시켜 가는 과정이었다.
강지이 감독이 영화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여성 감독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해요. 남성 감독이든 여성 감독이든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영화는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겠죠. 단지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야기를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겠죠.”
사는 이야기가 결국 영화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는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고 소재도 많아졌어요. 디지털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누구나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거죠. 시민미디어센터와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영화를 배워 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은 이것.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저도 하잖아요!” ‘저도’라는 말에 희망이 느껴진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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