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13년차 김여사의 김장이야기

지역내일 2011-12-11

주부들의 무난한 한해 마무리를 결정짓는 김장철이 다가왔다. 벌써 거사를 치루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랫목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부도 있겠지만 앞으로 있을 김장에 몸도 마음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주부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혼 13년차 주부 김여사(김영성·36·주부)를 찾아 한 가정의 2011년 대미를 장식할 김치를 담그며 이 집안의 총 김장비용과 주부의 노동시간을 정리해 보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주저하고 있었던 주부는 용기을 얻어 김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비용과 시간면에서 주부의 정성과 노력을 따져 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D-2 장보기 “신선한 재료선택이 필수예요”
김여사는 5인 가족으로 배추 50포기를 계획하고 장보기에 나선다. 벌써 김장 4년차이지만 여전히 자신 없는 건 마찬가지인 김여사가 장보기를 서두른다. 송천동 농수산물 시장에 들렀다. 바야흐로 김장철이라 이곳은 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김장 재료를 고를 때도 신선한 재료를 선택함이 중요하다.
먼저 젓갈가게에 들러 새우젓(3kg 36,000원)과 갈치속젓(10,000원)을 산다. 그리고 야채코너에서 갓, 양파, 당근, 파, 생강, 청강 등 야채(17,000원)를, 건어물 코너에서 육수용 멸치와 다시마, 깨소금(총 33,000원)을 구입한다.
마지막으로 생선코너에 들러 갈아 넣을 생새우(30,000원)를 사는 것으로 장보기는 마무리한다.
오늘 든 비용은 총 126,000원이고 장보기에 걸린 시간은 2시간이다.
 
D-1 야채 씻고, 양념 버무려 숙성시키기
대부분 정리된 야채를 구입해 딱히 손질을 할 필요는 없어 깨끗하게 씻어 물을 빼둔다. 그리고 무와 양파, 마늘, 사과는 오후에 방앗간(2,000원)에서 곱게 찧어 준비한다. 저녁 식사 후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낸다. 그리고 찹쌀 풀을 끊여 식혀서 고춧가루(12근  240,000원)와 찧어둔 양념, 젓갈 등과 같이 버무려 숙성시키기 위해 하룻밤을 재운다.
늦은 저녁 주문했던 절임배추(125,000원)가 도착했다. 김장에선 배추 간절이기가 생명인데 김장 첫해 간절이기에 실패한 김여사는 맛있는 배추를 선택해 절임배추를 구매하고 있다.
오늘 든 비용은 총 367,000원이고 준비시간은 3시간이다.
*사과 무 찹쌀 마늘은 가정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 사용함.


D-day
드디어 그날이 왔다. 이른 아침 전날 씻어둔 야채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무와 당근은 채썰기 시작한다. 먹기 좋게 자른 채소를 어제 숙성시켜둔 양념장에 넣어 다시 한번 버무린 뒤 젓갈로 간을 맞춘다.
하나 둘 오늘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동네 아줌마들이 도착하고 둘러앉아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세명의 숙련된? 요원들과 김여사의 보조로 2시간여 만에 김장이 끝났다.
김치냉장고를 가득 채울 김치통이 모두 차자 김장의 꽃인 돼지전지 수육과 굴이 한상 차려져 나온다. 2시간 동안의 허리통증이 확 날아가는 순간이다. 뒷정리를 하는 것으로 모든 김장은 끝이 났다. 오늘 걸린 시간은 친구들 도움 받아 4시간이다.


김여사는 김장철 배추, 무값은 내렸지만 올 초 이상기온이 채소의 작황부진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양념류가 지난해보다 올라 부담스러웠다고 말한다.
지난달 11월 중순,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4인 가족 기준(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을 25만원 정도로 조사 집계 발표했다. 그렇다면 김여사가 50포기 김장에 든 총 비용은 얼마인가? 총 493,000원+α(가정에 보관하고 있던 마늘 및 일부 양념류 값 제외)에 김장 후 친구들과 나눈 굴과 고기값을 더한다면 50만원을 훌쩍 능가하는 가격이다. 그리고 주부가 김장에 투자한 노동시간은 2~3일 동안 총 9시간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가정마다 지역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재료는 다 다르다. 하지만 해마다 하는 김장에 드는 비용과 주부의 노동시간의 가치를 따져보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기회로 앞으로 1년 동안 우리집 식탁의 풍요로움을 책임질 김치에 고마움을 느끼고, 상위에 오르기까지 고군분투한 주부들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하자.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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