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고교평준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9일, 충남 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충남도교육청에 주민조례안을 제출했다. 2013년 고교평준화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조례안의 정식명칭은 ‘충남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안’.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의 지정과 해제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충남교육청은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 충남교육청 학교장학과 한정도 장학사는 “지난달 29일 조례안 주민발의를 접수한 후 6일 주민대표자를 공표했다”며 “앞으로 운동본부가 제출하는 주민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다른 의견들까지 총합해서 평준화 발의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고교평준화 시행 위한 첫 걸음
운동본부는 앞으로 조례안을 도의회에 상정하기 위한 주민서명을 과제로 안았다.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 인원은 충남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인구수의 1%인 1만6231명이다. 이의신청 기간에 20%내외의 무효서명이 나올 수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 2만3185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적정 인원을 충족하면 조례안은 충남교육청을 거쳐 충남도의회에서 심의 후 의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운동본부 최용우 집행위원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고교비평준화 지역은 경기도·강원도·충남도”라며 “이중 경기도·강원도는 각각 지난 7월과 9월 조례안이 통과되어 2013년부터 고교평준화 정책 실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집행위원장은 “청구인 서명기간은 최장 6개월로 운동본부는 내년 2월까지 서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서명 기간은 여론 확장은 물론 도민들이 고교평준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서명은 오는 10일 천안시 쌍용동 롯데마트 앞에서 시작한다.
* 사진 설명 : 지난달 29일 충남 고교평준화 운동본부가 충남교육청에 주민조례안을 제출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6개월 간 주민서명에 돌입,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 제공 충남 고교평준화 운동본부>
고교 평준화 요구 높아 …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충남 고교평준화 실현에서 우선 대상으로 꼽히는 곳은 천안시다.
천안시는 1980년부터 14년간 고교 평준화를 실시하다 1995년 비평준화로 전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고교 입시경쟁 과열, 중학교의 입시위주 교육과 교육과정 비정상적 운영, 사교육비 지출 증가, 고교서열화 등의 문제가 대두되며 고교 평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충남교육청 “이르면 2014년부터 평준화 시행”
충남교육청은 계속되는 고교평준화 요구에 10월 12일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시행 검토 등을 전제로 한 ''고입제도 개선 조례 제정 일정''을 제시했다. 이는 입학전형을 하는 지역의 지정은 교육감이 시·도 조례를 제정해 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시 행령 제77조(고등학교 입학전형의 실시권자)’에 따른 것이다. 교육청이 제시한 고입제도 개선을 위한 조례제정은 ▶ 2011년 하반기 조례안 제정을 위한 기본 조건 검토 ▶ 2012년 상반기 천안지역 교육여건 추가 개선 및 보완, 입법계획수립 및 조례제정 절차에 따른 행정조치, 입법안 확정 ▶ 2012년 하반기 입법안 도의회 상정 및 도의회 의결, 타당성조사 및 여론조사 ▶ 2013년 상반기 2014학년도 고입전형기본계획 수립 공고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운동본부는 교육청의 계획대로라면 고교평준화는 2014년에나 가능하거나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최용우 집행위원장은 “평준화 논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중대 과제이기 때문에 빠른 시행을 위해 주민조례 운동본부를 결성, 주민발의를 위한 조례안을 제출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고교평준화에 대한 궁금증
“평준화 하면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고교평준화 논의가 확산되면서 학부모들의 궁금증이 많다. “학력이 낮아지는 건 아닌가요?” “대학입시에 불리한 건 아닌가요?” 등 쏟아지는 질문이 많다. 이에 대해 운동본부 이상명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A. 고교평준화에 대해 반대하는 가장 많은 의견이 학력의 하향평준화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해 12월 있은 연세대 강상진 교수의 연구발표를 들 수 있다.
강상진 교수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년간 수능을 본 대한민국 모든 학생의 성적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소 도시 비교에서 평준화지역 고교의 성적이 16년 동안 빠짐없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16개 시?도 교육청별 분석에서도 비평준화 지역인 충남의 성적이 오히려 16년 동안 최하위를 유지했고 고등학교 간 학력격차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충남은 수능평균 성적은 지난 16년간 가장 낮은 동시에 고교 간 격차와 서열화 현상은 가장 높은 추세다.
Q2. 평준화 하면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점은?
A. 오히려 비평준화로 인한 대입의 폐단이 크다. 현재 교육정책은 대입에서 수시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 바 메이저 고등학교라고 하는 곳은 내신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수시지원이 어렵다. 반면, 그 외 고등학교는 수시에서는 강점을 갖지만 수능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대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평준화를 통해 각 학교에 아이들이 고르게 분포되고 학교에 대한 고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대입 실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Q2. 갑작스럽게 입시가 바뀌면 혼란은 없을까?
A. 고교평준화와 함께 그에 따른 세부 계획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우선 지역 모든 고교의 발전을 위한 균등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복으로, 학교 이름으로 우수 학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이를 잘 교육하고 이끄는 지가 명문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를 위해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단 천안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천안 지역에서 잘 자리 잡은 후 아산, 공주 등 충남 전 지역의 고교평준화 시행 및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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