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시즌이 돌아왔다. 시즌권을 끊었다며 자랑인 사람들이 주위에 점점 늘어간다. 부럽지만 가지 못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책을 손에 들었다. 하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백은의 잭> 표지에 시원하게 활강하는 스키어의 모습이 보인다.
언제나 반전으로 감격시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읽기 전부터 기대하게 만들곤 한다. 이번엔 어떤 반전이 기다릴 것인가.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키장이 배경이다. 백색의 설원에서 펼쳐지는 사건, 스키장의 어느 곳에 폭발물을 묻었다는 협박장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협박장을 읽으며 “어, 이건 좀 이상한데?”라는 의심이 들었다. 스키장이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이므로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스키장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반 협박장과는 조금 달랐다. 환경보호가인가? 아니면 개인적인 복수극 또는 단순히 돈을 위한 건가?
맨 처음 복선을 깔았던 과거의 어떤 사건은 또 하나의 힌트다.
작품은 등장인물의 얽힌 관계로 스릴감을 더한다. 인물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의구심은 늘어가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당연한 듯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설원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묘사 그리고 반전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처음부터 영화화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영화를 생각하며 쓰다 보니 책으로서의 상상력을 감소시켰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리 실망해선 안 된다. 스키를 타든 스노보드로 활강하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고 즐기는 것 또한 자신의 상상력에 따른 것이니까. 작가의 묘사대로 스키장을 누비며 범인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남연경 대리
558-3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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