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영원하지 않은 물

지역내일 2011-12-02
산에 있는 것들은 계절 따라 시시때때 변하기 때문에 늘 바뀌는 사람들 눈엔 항상 그대로 인 것처럼 보인다. 
얼마전 까지 산에서 흐르는 물이라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었다. 산에서 만들어진 물이야말로 자연의 순리로 맺어진 결실이자 시작의 물이 아닌가. 동네 약수터의 물은 또 어떠했나. 
 그러나 물이 이젠 그때 그 시절의 물이 아니다. 세상에 물을 사먹게 될 줄 안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덕유산의 칠연계곡은 우리나라의 손꼽는 깨끗한 물이다. 1급수 특정지역에만 분포하는 생물종(고유종)인 금강모치, 버들치, 참갈겨니, 돌고기, 감돌고기, 쉬리, 모래무지, 미유기, 자가사리, 꺽지 등이 살고 있다. 그렇다고 칠연계곡에서 이들을 언제고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한 나라의 물은 그 나라의 문화를 결정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향수로 유명한 유럽이나 중국 일본의 다양한 향과 차가 발달한 계기의 하나가 좋은 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역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예전엔 제천의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나라는 최근 물의 특별함은커녕 존재감도 사라진지 오래다. 광고에서는 서로 좋은 물의 정수기라고 선전하고 있고, 뉴스에서는 공장에서 몰래 흘려보내는 폐수 고발이 하루가 멀게 보도되고 있다.
다른 쪽에선 물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버리지 않기, 합성세제 줄이기, 천연비누쓰기, 생활에너지 절약 등 갖은 방법으로 외치고 있다. 물에서 시작된 위기는 지구 기후변화로 이어져 우리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계절도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 1990년대 수질환경보전법에 이어 지난 8월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새로운 예방적 수질관리방안으로 수질예보제를 도입하여 시범예보를 시작하였다 한다. 내년부터는 4대강의 16개보 전체에 대하여 수질예보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 한다. 아침저녁의 뉴스의 시작과 끝에  일기예보에 더하여 수질예보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특별함까지 더했던 물을 뉴스의 예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지 지금에 와서는 줄이자는 외침과 대책, 작은 생활실천은 진작 자리 잡았어야 한다. 문제는 과거의 특별한 물로 되돌리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의 것으로 더 오염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의식과 마음에 물의 절실함과 지키려는 의지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연수생이 콕 찝어 얘기하더라. "선생님! 물이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다들 많이 알고 있지만 얼마만큼 실천을 하느냐가 어렵죠!"
공기조차도 사먹어야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으니, 영원하지 않는 물, 알고 있는 것에 조금만 욕심을 부려서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자. 마음과 행동에 빨리 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나부터 길들이기를 시작하자.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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