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선홍빛 고기 한 점을 권했다. 양념을 더하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입안에서 툭툭 냄새가 터진다. 쫀득하게 씹히는 찰진 살 사이로 연골이 오독오독 씹힌다. 혀보다 코가 먼저 맛본다는 홍어다.
남도 잔칫집에선 홍어가 빠지면 잔치가 아니라고 한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적당한 시간 삭혀 회로 먹는 요리. 썩지 않고 삭는 횟감은 홍어뿐이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요리다. 한식에만 존재하는 삭힌 홍어. 김주원(49) 대표는 그래서 홍어의 매력에 매료 됐다.
김 대표는 25년 전 한정식 주방에서 처음 칼을 잡았다. 그런 그가 홍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홍어회가 한정식 반찬으로 빠지지 않고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메뉴인 홍어회. 이것이 진정한 ‘우리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평생 한식만 요리했습니다. 우리 음식을 살리고, 알리고 싶었어요. 그것이 홍어에요. 먹을수록 자랑하고 싶은 음식이죠.”
김주원 대표는 홍어를 솜씨 좋게 썰어 접시에 담았다. 코끝 찡한 홍어 향이 풍긴다. 홍어 마니아들에겐 ‘향’이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냄새’다. 흑산도 쪽에선 대부분 홍어를 숙성시키지 않고 회로 먹는다. 내륙 지역으로 갈수록 홍어는 삭혀 먹는다. 그 이유는 운송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기원이 있다.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삭히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어는 삭힐때부터 요리의 시작이다. 단순히 홍어를 볏짚과 솔잎에 넣어 둔다고 삭는 것이 아니다.
“홍어만큼 온도에 민감한 요리 재료가 없습니다. 부위별 손질과 알맞은 온도`습도 조절이 정말 중요하죠. 다른 부재료 없이 회로만 승부를 해야 하니 삭히는 과정은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술입니다.”
잘 삭혀 최고의 맛과 향을 내고파
김 대표는 처음 일 년 동안엔 구입한 홍어의 절반을 버렸다. 손님에게 부끄럽지 않게 될 때까지 비싼 시행착오를 겪었다. 방심 하는 순간 300만~400만원어치 홍어가 폐기 처분 했다. 목포와 흑산도 각 지역의 수산시장을 돌아다니며 홍어에 대한 모든 것들을 수집했다. 원산지나 계절에 따라서, 홍어부위와 손님 취향에 따라 삭힘의 강도 조절은 달랐다.
“재료비도 재료비지만 요리사로서 음식을 버렸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홍어를 삭히는 데 혼신을 다한다. 미식가들이 먼저 소문 낸 그의 홍어집, 김주원의 ‘참홍탁’이다.
김주원의 참홍탁에 중독될 각오를 하고 이집을 찾아야 한다.
문의 : 042-222-9928
위치 : ‘참홍탁’ 중구 용두동 138-6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잘 삭은 흑산도 홍어는 선홍빛 윤기가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홍어를 즐기길 바란다는 김주원 대표. 이미 홍어 마니아들 속에서 ‘김주원 참홍탁’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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