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체험활동 시행의도 못 살려

기본 매뉴얼 없고 준비도 부족 … 주5일제 전면시행땐 더 큰 혼란

지역내일 2011-11-29

일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육청과 일선학교의 준비부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본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한 탓에 ‘창의·인성 교육을 위한 교과 이외 활동’을 위한 시간이 무의미하게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 서둘러 시행, 학교에선 준비기간 필요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특별활동’ ‘재량활동’ 등으로 운영되던 학교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해 올해부터 중1, 고1 교육과정에 공식 편제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하라’는 말만 했지 기본 매뉴얼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전고(자공고) 창·체 담당 정광문 교사는 “처음 3·4월엔 교장도 교사들도 혼란스러웠다”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매뉴얼도 없고 충분한 기간을 두고 교사 연수 등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교사 중심의 계발활동과 특별활동을 해왔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계획부터 활동, 기록까지 해야 하는 효율적인 창·체를 시행하려면 학교와 교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 교사는 “창·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교장과 담당 교사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경덕공고(특성화고)에서 동아리 봉사활동 지도를 하는 박범진 교사는 “일회적인 봉사가 아니라 1년간 장기 계획을 세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봉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락이 온다”며 “일시적인 활동으로 봉사기관에 민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봉사활동 경험으로 박 교사가 맡고 있는 동아리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
 
주5일제로 일반고 창·체 더 어렵다
2012년부터는 대부분 학교들이 주5일제 전면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에 창·체 활용이 더 중요해진다. 올해 학교 현장에선 갑자기 시행된 창·체를 겨우 이해하고 토요일 전일제 수업을 통해 동아리·봉사활동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주5일제 시행으로 다시 일정을 조정해 주중에 창·체를 해야 한다. 당연히 체험활동 자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학사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편제가 일반고보다 자유로운 자율고가 내용이나 예산확보 면에서 창·체에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일반고인 A고 김 모 진로담당 교사는 “1학년 위주의 주1회 1시간(정시제) 진로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토요일 전일제를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주로 교내 청소 같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예산을 지원받는 자율고와는 아무래도 내용면에서 다르다”며 “그것보다 일반고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 있어서 내년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시교육청 학교정책담당관실 양미연 장학사는 “창·체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학교에서 월 1회 ‘전일제 수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매주 ‘정시제’로 운영하면 이수단위를 채우기는 쉬우나 내용면에서 소홀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요일엔 유관기관이 휴무인 경우가 많아 학교 차원의 단체 활동이 더 어렵다. 내용면에서 전일제를 운영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알지만 일반고에선 학사일정과 예산문제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체 자원 확보 시급
학교현장에서는 창·체 자원을 폭넓게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동부교육지원청에서 만든 봉사활동 자원지도에서도 창·체를 위한 마땅한 자원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교과부가 만든 ‘창의체험 통합 정보넷’도 실제 활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크레존’에서 대전광역시를 클릭하면 동부 교육지원청이 올린 545개 체험 가능 장소만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사는 “크레존에서 소개하는 체험 장소는 대전 중구 지역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져 동아리 봉사활동에 참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덕공고 박 교사는 “창·체를 잘 정착시키려면 학교현장에 다양한 창·체 자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 당국과 지자체, 청소년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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