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며 걷는 것도 싫고 힘이 들어 가족여행이나 친구모임에 간 게 언제인지도 모른다는 김준현(54)씨의 사정은 딱했다. 스스로 집에 갇혀 지낸 것이 벌써 4년째. 그 기간 동안 통증은 심한데 검사를 하면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답답증까지 더해졌으리라.
김씨의 진단 결과는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척추는 대나무처럼 안쪽이 비어 있어 이 구멍을 통해 신경다발이 지나간다. 척추관 협착증은 글자 그대로 이 척추의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
허리보다 양쪽다리가 저리다는 호소가 많다. 걸으면 아랫도리가 쪼이는 듯 아프지만 쪼그려 앉거나 쉬면 괜찮아진다. 또 디스크 환자는 바닥이 단단한 요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협착증 환자는 푹신한 침대에서 엉덩이와 무릎을 구부리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나이 쉰이 넘어가면서 뼈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를 잇는 인대도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게 만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노화에 따라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도 닳아 신경압박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려 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디스크는 무릎을 편 채 20~60도 정도 각도로 다리를 들어보면 한쪽 다리에서 엉덩이, 허벅지, 장딴지 등으로 통증이 오는 반면 협착증은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쉽고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난다.
처음 30분 정도 걷다가 아프던 것이 병이 진행하면서 점차 20분, 10분으로 짧아진다거나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 쭈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굽혀서 통증이 감소된다면 디스크보다 먼저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방법으로는 발병 초기엔 적극적인 물리치료와 주사요법이 필요하며 반드시 모든 경우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때 찜질이나 초음파치료 또는 견인장치 등의 물리치료가 효과를 낼 수 있고, 동시에 주사요법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주사요법으로는 경막외 신경차단술이나 선택적 신경차단술 같은 방법이 효과적이며 신경이 눌리는 범위와 정도에 따라 달리 시술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통증이 사라지면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신경차단 주사법은 일반 엉덩이 주사를 맞는 것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며 부작용은 거의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통증이 계속되거나 자주 재발하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나신경외과 김진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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