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 교원평가제 점검

“학부모들로부터 외면 받는 교원평가제”

지역내일 2011-11-07
“교원능력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적극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다. 같은 문자를 4통이나 받은 경우도 있다.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가 자꾸 오는 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반증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교육감이 직무연수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교원의 능력을 진단하는 평가 제도다. 동료 평가, 학생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 세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시도교육감 권한으로 시범 시행했던 것을 올해엔 대통령령으로 정해 실시하고 있다.
한층 강화된 교원평가제에 학부모들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미연(46·둔산동)씨는 “올해엔 나이스(NEIS)를 통해서 해야 된다는데, 절차가 복잡한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했다. ‘익명성 보장이 안 된다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못했다’는 의견이 많아 방식을 바꿨다. 대안으로 나온 나이스(NEIS)를 통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로그인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발부받아 컴퓨터에 설치해야만 로그인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엔 나이스 시스템에 가입해야 되는데 에러가 많이 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학부모들은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 부족, 절차 복잡
“굳이 참여할 이유 없어”
 
이은희(38·노은동)씨는 “한 번 수업 참관한 것 가지고 어떻게 평가를 하냐”며 망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수업 참관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1년에 1~2번 참여했기 때문에 교사에 대해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평가를 할 바에야 아예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평가해야 할 대상이 많은 점도 부담이다. 담임교사를 비롯해 교과 교사, 교감, 교장까지 평가하는 게 번거롭다는 생각이다.
평가 문항에 대한 불평도 많다. ‘선생님이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 ‘교장선생님이 미래지향적인 학교 경영철학을 갖고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질문이 추상적이라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학부모들도 꽤 있다.
지난해에는 시행 첫 해라서 멋모르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던 학부모들도 올해에는 외면을 하는 추세다. 지난해 54%에 달하던 참여율이 올해엔 현저하게 낮아져 학교측에서 참여를 권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참여율이 낮으면 학교에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재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파행에 대해 대전교육청 안효팔 장학사는 “참여율로 학교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안 장학사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학생만족도 조사 악용”
교사들, 학생지도 꺼려 
 
교사들은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비롯한 교원평가제 자체에 불만이 많다. 소수의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평가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원평가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김중태 사무처장은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연수까지 받은 교사 중에 생활지도부 교사가 많았다”며 “낙인이 찍힐까 봐 학생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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