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을 잃은 수능, 확대된 수시
글 : 우공논술연구소 백재훈 소장 (032-324-1338)
수능이 끝났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평소보다 잘 봤다는 수험생 보다 망쳤다는 수험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교과부는 가장 쉬운 수능이었다고 발표하지만, 정작 가채점을 한 학생들의 성적은 쉬운 수능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떤 수험생도 결과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마지막 논술시험의 관문도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 이제 아무리 아쉬워도 2012 고3 들은 아쉬움 속에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고3들의 대입이 마무리 되는 순간 또 하나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이제 전국의 모든 고2 재학생들은 2013학년도 대입 수험생이 된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출발 이지만 2013 대입에서는 몇 가지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들이 있다.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준비할 때만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대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수능의 변별력 상실을 들 수 있다. 교과부는 2012 수능에서 언수외 각 영역별 만점자를 1%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올해 초부터 약속해왔다. 시험 결과 지금까지의 채점 분석으로는 교과부의 약속은 절반만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만점자를 배출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어영역과 수리(가)영역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1% 만점자라는 가이드라인이 적중한 영역은 수리(나) 영역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수능의 변별력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인가?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올해 수능의 결과는 수능출제를 담당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수능에서도 어떤 과목이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언어영역에 자신 있어도 올해 외국어영역처럼 한 문제 틀리고 2,3등급까지 밀릴 수 있는 것이다. 교과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의 난이도를 낮추는 정책을 선택했지만, 역설적으로 학생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 것은 쉬운 수능으로 인한 ‘1개 틀리고 3등급’의 악몽이다.
또 하나 예상되는 변화는, 수능 당일 발표된 서울대학교의 수시전형 확대라 할 수 있다. 서울대는 2013입시부터 수시전형 선발인원을 8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수능을 기초로 한 정시 전형은 전체의 20%만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학교를 주요한 타겟으로 준비하는 학생들은 전국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파장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문제라 할 수 없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주도하던 우수학생 선발경쟁에 서울대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서울대라는 상징적 학교의 주요한 학생선발 수단이 정시에서 수시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연고대를 비롯해 주요대학들의 입시방향이 수시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파괴력을 가진 변화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수능의 중요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주요대학의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수능의 중요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시만이 대학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위험한 착각이다. 자신에게 맞는 수시전형을 찾아내라! 내신이 강한지, 꾸준한 동아리 활동은 없었는지, 아무것도 없다면 논술 준비에 나서라. 논술이 자신이 없다면 인적성준비를 시작해라. 뭐든 좋다. 수시를 준비하라! 수시를 준비하지 않는 수험생은 대입을 준비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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