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 오르자 선유도에도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공기 중에 바닷내음이 아니라 가을냄새가 묻어난다. 한눈에 보이는 대머리 망주봉 초입에도 한들거리는 구릿빛의 풀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유람선에서 내린 관광객들과 함께 떠밀리다시피 전동차를 탔다. 조용히 여행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전동차 사장님이 다소 시끄럽다. 인원이 안차면 무조건 출발을 안 하신다고.
전동차로 즐기는 호사로움!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하지만 선유도만이라도 낱낱이 훑어보고 싶어 그나마 힘이 조금 덜 드는 전동차를 선택했다.
차에 오르자 동네어귀로 들어가는 좁다란 길로 거침없이 밟으시는 사장님. 채 얼마 달리지도 않아 두 개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망주봉이 보인다. 산의 형체가 대머리 독수리 머리처럼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안의 마이산과도 흡사하다.
“젊은 부부가 나라를 다스릴 임금을 기다리다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과 섬에 유배된 선비가 이 바위산에 올라 한양을 향해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는 전설이 있는 망주봉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이장님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오듯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구수하다.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접어들자 “옛날에 이곳에서 젊은이들 애 엄청 만들어들 갔어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망주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팽이나무 한그루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가지가 내려앉는 기러기 형상과 흡사하다 하여 평사낙안이라 불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팽이나무를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차는 건널 수 없지만 사람통행은 가능한 장자대교와 무녀대교에서 추억이 담길 사진 한 컷으로 전동차 여행을 마무리한다.
고군산군도를 한눈에 … 등산으로 즐기는 선유도
길게 늘어진 선유도는 양옆으로 3개의 섬들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으로는 선유대교로 연결된 무녀도, 왼쪽으로는 장자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장자도, 그리고 장자도와 연결된 대장도가 있는데 장자도와 대장도는 거의 붙어 있다.
그런데 선유도와 각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는 차량통행이 불가능하고 이륜차나 자전거통행만이 가능하다.
선유도 등산코스는 망주봉(152m)-선유봉(111m)-대장봉(142.8m)-무녀봉(130.9m) 순으로 거의 오른다. 기뻐해야 할 점은 봉우리 모두가 200m 내의 낮은 산이라 오르는데 30분 정도 투자하면 정상에 올라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겉에서 보면 망주봉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암벽타기가 아니면 산에 오르기 힘들 것 같아 보이지만 30분 정도면 산을 타기 싫어하는 사람도 그리 어렵지 않게 등반을 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이면 망주봉에서 7개의 물줄기를 가진 폭포가 생겨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리고 고군산군도 섬 전체와 해질녘 서해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선유봉, 빼어난 풍광을 만날 수 있어 눈이 즐거운 대장봉과 무녀봉도 신선이 쉬었다 갔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믿음으로 서게 한다.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무녀도로 오세요!
선유대교를 건너면 무녀도가 이어진다. 무녀도에 발을 디디면 그동안 보아왔던 선유도와 마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선유도, 장자도가 관광객들을 위해 준비된 어촌이라면 무녀도는 섬사람들의 생활터전이다.
그래서인가? 선유도에서 보기 힘들었던 논밭이 제법 많다. 무녀도는 장구모양의 섬과 그 옆에 술잔처럼 생긴 섬 하나가 붙어 있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을 추는 모양이라고 하여 무녀도라 불렀다 한다. 예전에는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을 만드는 염전이 많았는데 이젠 그 흔적만 남아 있는 듯.
하지만 저기 보이는 것은? 선유도에 와서 제법 가을다운 풍경을 만났다. 선유도는 산에 있는 나무가 대부분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울긋불긋 단풍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넓다 못해 광활하다 싶을 정도로 갈대가 많다. 선유도에서 가까이 하지 못했던 가을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반갑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춤추는 갈대들이 오늘따라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선유도는 이 밖에도 자전거 하이킹,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구불길 걷기, 선상 바다낚시, 썰물 때 즐기는 갯벌체험 등 수많은 경험으로 추억의 창고를 채우게 한다.
예로부터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고와 여름철이면 해수욕객들이 몰리는 섬 선유도.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한 섬마을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기도 하는 듯.
신시도와 무녀도가 곧 다리로 연결되면 결국 선유도 주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되는 것인데. 더 많은 인파가 선유도를 찾게 되는 그날이 오기 전 아름다운 섬 선유도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마음자세가 필요한 듯 싶다.
TIP> 선유도 여행 시 주의할 점
택시도 버스도 없는 선유도는 길이 좁다. 대부분 농로처럼 보이는 좁은 길에 전동차나 자전거가 다니는 길과 인도의 구별도 없다. 주민들이 섬이 망가질까봐 손사래를 친다고 하니 당분간 넓은 길을 기대하기엔 어려운 일이고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좁은 길에 ‘공사 중’이란 표지판과 차라도 한 대 서 있으면 기다리거나 비켜가는 게 상책이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여행을 하는 가족이라면 안전을 신경 써야 한다.
선유도 여행에서 B코스(자유시간 1시간)에서는 식사를 할 수가 없지만 C코스(자유시간 4시간)는 인근해역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거나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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