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어은골. 마을 지세가 시내권에서는 드물게 산 밑 움푹 패인 곳에 자리잡았다. 옛날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이 은둔했던 골짜기라서 어은골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전주천을 가로질러 어은골과 시내권을 연결하는 쌍다리가 있다. 난간이라고 해 봐야 밧줄과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엮은 것이 전부이고, 작은 비만 내려도 물이 넘치기 일쑤지만 어은골 주민들은 지난 49년을 이 다리를 통해 전주천을 건너 시내를 왕래했다. 예전엔 빨래터 몫을 톡톡히 했고, 지금도 여름이면 발 담그고 땀 식히는데는 제격인 곳이다.
위, 아래로 웅장한 현대식 교량이 이미 개통됐지만 어은골 주민들은 쌍다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전주시가 안전과 하천정비 등을 들어 쌍다리를 걷어내고 현대식 교량을 설치키로 하자 쌍다리 난간에 주민들이 내건 사연이 매달렸다. 쌍다리에는 ''내 학원가는 길 든든하게 지켜줘서 고마워'' ''외로우면 생각나는 옛 추억 쌍다리'' ''추억을 간직한 쌍다리 안녕!'' 등 쌍다리와 석별의 정을 나누는 글과 그림이 줄을 이었다.
지난 12일에는 주민들이 쌍다리에 모여 ''쌍다리 축제''를 열었다. 풍물패와 살풀이 공연, 주민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다리가 새로 놓여도 매년 이맘 때 잔칫상을 차려 쌍다리를 회상키로 했다. 남관우 쌍다리축제 추진위원장은 "50여년간 쌍다리를 건넌 사람이 족히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면서 "묵묵히 서민의 삶을 지켜 본 쌍다리에서 매년 주민 소통의 장을 열겠다"라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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