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한 집안에 살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룸 메이트’가 대학로 연극 마니아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부천 연극판에서 터주 대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단 믈뫼(대표 임성주)가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남녀 간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주제인 ‘룸메이트’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관객을 꾸준히 불러들이고 있다는데. 현재 소극장 창작뮤지컬 활성화로 대학로 진출을 개척하고 있는 부천 연극의 메카 극단 ‘믈뫼’를 지난 17일 찾아갔다.
연극 밥 먹으며 먼 길을 달려왔다
1980년 창단한 극단 믈뫼는 연극 밥을 먹으며 가난하고 외로운 길을 쉼 없이 달려왔다.
현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윤봉구 회장에 의해 창단돼 현 임성주 대표에 이르기까지. 믈뫼의 창단은 경기도 연극 예술의 역사와 함께 한다. 경기도에 연극예술이 전무후무하던 시절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32년 간 믈뫼는 우직한 끈기로 버티면서 부천, 나아가서는 경기 연극의 맥을 이으려고 노력해왔다. 임성주 대표는 “창단 초기에는 공연장이 없어서 예식장 무대를 빌려가며 공연했다. 또한 지하 연습실을 빌려 라면을 끓여 먹으며 단원들과 함께 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 극단은 윤봉구 예술고문과 임성주 대표, 김진수 사무국장 등의 임원들과 12명의 상주 단원, 20여 명의 객원 단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1990년 연극 ‘삼십일 간의 야유회’로 제 8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대상 및 연출상을 받으면서 2005년 연극 ‘피고지고 피고지고’, 2008년 ‘고구려 부르스’, 2010년 ‘에비대왕’ 등으로 경기연극제 최다 대상 수상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2006년에는 경기도로부터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으며 그동안의 연극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김진수 사무국장은 “사람들은 부천에 이렇게 전통 있는 극단이 있다는 것을 잘 몰라요. 우리가 매해 우수한 작품으로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는 것도요. 이제부터라도 소극장 무대를 활성화시키는 창작극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재능있는 배우들을 배출하고 있는 극단 믈뫼가 부천시민들에게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대학로 가지 말고 부천에서 연극 보자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출연한 최성민, 영화 ‘똥파리’의 히로인 김꽃비,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박노식, 케이블 드라마 ‘막 돼 먹은 영애씨’의 윤서현 등은 극단 믈뫼에서 한 솥밥을 먹고 자란 배우들이다. 이들은 너무 연극적이거나 너무 예술적이지 않다. 그저 소탈하고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극단 믈뫼를 투영하고 있다.
1996년 자체 소극장인 열린무대를 개관한 믈뫼는 2000년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물꼬를 트게 된다. ‘대학로에 가지 말고 부천에서 연극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로 진출해서 부천 연극의 우수성을 보여주려는 일이다. 여기엔 서울에서 흥행한 질 높은 연극을 부천의 관객이 자기 지역에서 편하게 관람하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김진수 사무국장은 “현재 대학로 두레홀 1관에서 연말까지 공연하는 ‘룸메이트’는 2009년 초연돼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올해는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해서 부천과 대학로를 잇는 오작교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연극은 이전 버전인 ‘사랑해도 될까요’에 이어서 450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면서 상업 연극 속에서 살아남은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극단 믈뫼는 앞으로도 열린무대를 인큐베이터로 경기 연극과 서울 연극의 맥을 잇는 작업을 계속 확대하려고 한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 젊은 감각을 채우면서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극단으로 발전하는 경기 연극의 산 증인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지역 색을 가진 지역 극단으로 남아서 활동할 거예요. 지방 연극의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서울 연극 무대에 올리면서 배고프지만 즐거운 상상을 담아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끼를 모두 보여줄 것입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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