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여고 3학년 김민준 양은 목표가 확실하다. 성적이 뛰어나진 않지만 꿈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제는 그것들을 평가받고 결실을 맺어야 할 시기. 수능을 앞두고 마무리 학습에 열중하고 있는 김양을 만났다.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재력’이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김양. 그는 잠실여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 인성이 바른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방황을 거쳐 목표 세우다
김양은 중학교 때까지 소위 말하는 ‘노는 언니’ 축에 속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사춘기까지 겹쳐 공부는 뒷전으로 미뤄뒀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즐거웠기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고 시험이나 성적에도 관심이 없었다. 혹독한 방황을 거친 후, 3학년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게 된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꿈을 꾸게 된 거죠.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나도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의문을 가졌어요. 친구들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놨더니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고 그 후로 변화될 수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던 김양은 당장 초등학교 때부터 눈여겨봐온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조리학교로 인정받는 곳이기에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학교성적과 교내외활동은 입시당락과 직결되는 것. 결국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가고 싶은 학교에 떨어지고 보니 내 꿈을 성취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된 거죠. 기본 실력이 없으니 놀았던 시간만큼 노력하는 수밖에요.”
악바리 근성으로 매달리다
고등 수학과 영어를 접했을 때 거의 손을 댈 수 없었다. 첫 시험 성적은 평균 20점대. 일단 석차를 올리기 위해 좋아하는 사회탐구에 집중 투자했다. 다행히 사회탐구는 매번 1, 2등급 수준, 언어성적은 2등급을 유지했다. 수학, 영어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미 벌어진 틈을 메우기는 힘든 게 사실. 그저 악바리 근성으로 통째로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으면서 보충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학교 선생님을 잡고 늘어졌어요. 다행히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수학 공부방법 등 팁을 많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죠. 5등급을 맴돌던 수학성적이 3등급까지 치고 올라갔으니까요.”
김양의 수학공부법은 암기. 혼자만의 개념노트를 정리하며 모든 내용을 외우고, 하물며 안 되는 분야는 문제풀이 유형까지도 암기한다. “사탐 공부하면서 질리도록 외우다보니 암기에는 도가 튼 것 같아요. 마인드맵을 그리듯 그림 그리며 외우는데 수학성적도 결국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서 성적을 올렸다”는 예상치 못한 답을 들려줬다.
영어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여전히 노력 중이다. 그는 “수능이 끝나더라도 공부는 계속해야 하는 것이니 계속 노력하면 어느 순간 영어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씩씩한 답을 했다. 긍정 마인드를 지닌 김양의 잠재력에 수긍이 가는 대답이다.
꿈의 발판 다지는 고3이 행복하다
김양의 고교생활 중 비교과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의 지원을 받아 ‘송파구 연합봉사동아리’를 조직해 한 달에 두 번씩 노인요양기관에 가서 발마사지를 했다.
“봉사활동시간을 채우려고 억지로 봉사했던 중학교 시절이 부끄러웠어요. 그걸 만회해보고자 직접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봉사하면서 제 마음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불쌍한 노인들이니 잘해줘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분들을 만나면서 이 어른들도 동등한 사람들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마음이 많았어요.”
방과후수업인 논술토론수업에 2년 동안 참여하면서 토론에 관심을 가졌고 토론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을 통해 배려, 겸손, 긍정의 힘도 쌓았다. 김양은 “토론을 통해 올바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반듯한 고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버팀목은 소병찰 선생님 이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대학에서 외식경영학이나 식품영양학을 전공할 생각이다. 복수전공으로 교육학, 문화관광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사회에 나와서 친환경 전통식품개발 연구원을 거쳐 친환경 외식사업체 운영, 경제적 기반을 다진 후에는 대안학교 운영까지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면 행복하게 공부할 것 같아요. 영어도 물론 열심히 할 거고요.”
먼 미래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해 차근차근 발판을 다지고 있는 다부진 민준 양.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3이지만 그가 행복한 이유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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