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샘 한내들 떡소담 나음누리 햇살담은뜨락 한가락…. 이름을 가만가만 입에 담으니 몸이 향긋해진다. 통통 튀는 장단에 기분이 다 유쾌해진다. “좋은 우리말을 자꾸 이야기하면 좋은 기운이 생겨납니다. 언어는 감정을 드러내고 감정은 언어를 통해 다듬어지니까요.” 지난 7일 오후 3시 아름다운 가게 이름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만난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구현정 원장의 이야기다.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은 해마다 한글날을 맞아 ‘아름다운 가게 이름’을 선정, 시상하고 있다. 천안·아산 지역의 아름다운 가게 이름을 선정하여 시상, 홍보함으로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리말글의 올바른 사용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올해 4회째를 맞이했다.
올해 아름다운 가게 이름은 총 3곳이 선정되었다. 아가샘(어린이집)과 한내들(음식점), 그리고 함께웃는치과(병원)이다. 구현정 원장은 “고유어 사용 여부, 독창성, 가게 특성 반영 여부, 어문 규정과 국어 어법 부합 여부, 말 맛 등을 고려해 아름다운 가게 이름을 선정했다”며 “올해는 200곳 정도 추천이 들어왔는데 국어문화원 교수와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로 최종 3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심사를 하다 보니 우리말을 잘 살려 아름다운 이름을 지은 곳이 참 많더군요. 그것을 보며 국어문화원의 노력이 조금씩 인정받고 시민들도 의식이 앞서는 듯해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상호나 상표가 많아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낍니다.”
구현정 원장은 “언젠가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요즘은 영어를 모르면 택시운전도 못하겠다고 하더라”며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상호나 상표가 우리 고유어보다 더 좋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아름다운 가게 이름 선정 사업을 계기로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 원장은 이와 함께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속어가 남발되는 것을 걱정했다. 중고생 90% 이상이 욕설을 사용하고 평균 75초에 한 번꼴로 이야기에 욕이 섞여 있을 만큼 욕설이 일상어가 되어 있다는 것. 문제는 아이들이 그것이 어떤 의미인 지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욕을 사용하며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작은 노력에서 문화는 만들어집니다. 지금 국가에서는 공공언어 바로 쓰기라는 것을 하고 있지요. 공공언어를 일반인이 편안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알려내는 사업입니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 부모들도 자녀에게 다듬어진 언어를 격조 있게 쓰기 위해 노력하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더 많이 퍼지지 않을까요?”
선정된 아름다운 가게 이름의 매장에는 상명대 국어문화원이 제작한 현판이 걸린다. 상명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김남호 교수가 디자인한 현판은 천안아산 단 13곳에만 걸려 있다. 현판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자긍심인 동시에 더 많은 곳에 퍼져야 할 상징이다. 구현정 원장은 “국어문화원은 앞으로도 우리말글 바로 알기, 다문화가정에 한국어 한국문화 알리기, 중고등학생 대상 어휘력 대회 등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