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선선한 날씨에 청량감이 느껴진다. 하늘은 드높고 푸르다. 10월은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가기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행을 떠나기에도 딱 좋은 날씨를 선사한다.
다섯 살 조카와 함께 나들이를 가야겠기에 결정한 곳은 초읍어린이대공원.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있어 선택했다. 도심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곳인데도 대공원에 들어서자 맑고 향긋한 풀냄새가 먼저 반긴다.
산책길에 설치해놓은 나무데크
가벼운 산책 코스 대공원 둘레길 ‘녹음길’
오랜만에 들른 대공원에는 ‘녹음길’이라는 둘레길이 생겨 있었다. 원래 있던 길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산책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조금 귀찮다는 듯 시큰둥했던 아이들은 이내 울창한 숲 사이로 뛰어다녔다. 신선한 공기에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성지곡 수원지에는 늘 그랬듯 오리들이 줄지어 헤엄쳐 다녔다. 조카는 신기한 듯 자꾸만 사진을 찍으라고 성화였다. 한가로이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와 흰 구름, 짙은 초록의 숲이 어우러진 풍경에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졌다.
가족 단위 소풍객들과 대공원을 거쳐 백양산과 금정산에 오르는 코스가 있어서인지 공원은 화려한 옷차림의 등산객들로 붐볐다. 모습은 달라도 숲이 주는 여유로움 덕분인지 다들 환한 얼굴로 열심히 걸었다.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 내 돔형 나비서식지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
대공원을 찾은 이유는 얼마 전 오픈한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 때문이었다. 연두색으로 꾸며진 돔형 나비서식지를 발견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아담한 규모의 학습장을 보고 적이 놀랬다. 남해에 있는 나비생태공원을 생각했던 아이들은 나비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쭈뼛하게 서 있는 우리 일행을 발견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자청한 해설사 덕분에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나비문양 탁본과 잎을 이용한 천연염색을 하면서 즐거워했다.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에서는 내년이나 되어야 애벌레나 나비가 서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꼬리명주나비’의 먹이 식물인 ‘쥐방울 덩굴’이 쑥쑥 잘 자라 내년 봄 무렵에는 멋진 나비를 볼 수 있기를.
나뭇잎을 이용해 무명천에 천연염색 체험을 했다
동물원 개장 힘들어져
“어린이대공원인데 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나 동물은 없느냐”고 조카가 물어왔다. 놀이동산은 얼마 전 폐쇄됐고 안타깝게도 동물원 개장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설명에 몹시 실망한 눈치였다.
리포터에게 어린이대공원은 어릴 적부터 한 아름의 추억을 안겨주던 장소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며 신기해하고 하마며 물개 등 다양한 동물을 구경하면서 즐거워했던 곳이다. 첨단 시설은 아니었지만 놀이 기구를 타며 신나는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쾌적한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어린이회관이 있지만 놀이동산과 동물을 대신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짓다가 중단된 동물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시 개발이 진행되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나길 빌었다.
완연한 가을이다. 날이 좋으니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진다. 무더운 날씨 탓에 나들이를 미뤘다면 이제는 떠날 때다. 이내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 지천일 게다.
성지곡 수원지 전경
tip
가볼만한 나비생태학습관
남해 나비생태공원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위치한 나비생태공원은 나비전시관, 200여종의 식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실제 나비를 볼 수 있는 나비온실, 나비사육온실 등을 갖추고 있다.
관람시간은 평상시(03.01 ~ 10.31)에는 10:00 ~ 5:00까지 입장, 동절기(11.01 ~ 02.28) 에는 10:00 ~ 4:00까지 입장하면 되고 유료다. 문의 055-867-8881
울산대공원 나비식물원
노랑나비,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등 8종 1000여 마리의 나비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먹고, 애벌레들이 기주식물을 먹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나비식물원이다. 아열대 식물로 꾸며진 온실에서 사계절 날아다니는 나비를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하절기에는 09:30 ~ 18:00(입장시간 09:30 ~ 17:30), 동절기에는 09:30 ~ 17:00(입장시간 09:30 ~ 16:30) 이고 유료다. 문의 052-226-0384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사진1: 산책길에 설치해놓은 나무데크
2: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 내 돔형 나비서식지
3: 나뭇잎을 이용해 무명천에 천연염색 체험을 했다
4: 성지곡 수원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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