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짧고도 긴 여행

세부, 대가족여행으로 이보다 알찬 순 없다!

안전한 물놀이, 색다른 호핑투어, 저렴한 마사지까지

지역내일 2011-11-11 (수정 2011-11-11 오전 11:43:11)


첫날아침 리조트 창너머 보이는 풍경


10월 27일 밤 7시 30분. 13명의 가족이 김해 공항에 모였다. 연휴도 여름휴가도 아닌 10월 끝자락 목요일. 딸아이는 낮에 중간고사 시험을 쳤고 남편은 하루 종일 근무를 했다. 모두들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끝내고 약속한 시간에 빠짐없이 집합! 시부모님과 큰고모, 작은 고모, 그리고 우리 가족까지 정예멤버(?) 4가족이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을 향하는 비행기에 드디어 몸을 실었다. 한 가족도 빠짐없이 해외여행을 가자던 가족의 숙원사업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여행사를 끼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준비를 마친 작은 고모부가 이번 여행의 캡틴이다. 4명의 유치원생 멤버를 고려해 캡틴이 정한 숙소는 임페리얼리조트. 아이들과 함께 가기는 그만이라고 한다. 거기다 시부모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만족하기엔 더 이상의 선택이 없다.


날루수완섬의 긴 다리



날루수완섬에서 먹는 야외점심식사


짙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건물을 내려다보며

3시간 30분을 날아 밤 1시에 막탄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후끈한 열대공기가 훅 덥친다. ‘야~ 진짝 여행을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벅차다. 리조트버스를 타고 임페리얼에 도착. 시간은 밤 2시. 일단 무조건 자야 한다.
아침 8시. 저절로 잠이 깼다.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나 첫날 아침 리조트 창 너머로 보이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이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커튼을 밀쳤다. 역시! 짙푸른 바다와 티끌 없는 하늘. 이국적인 해안선과 목조건물들이 펼쳐져 있다. 마음에 사진 한 장 콕 찍어둔다. 시작부터 참 좋다.
아침 뷔페는 입에 잘 맞았다. 세부의 음식이 별로라던 주변의 말과는 달리 임페리얼리조트 음식은 맛있다. 무엇보다 망고가 지천이다. 먹고 또 먹어도 더 먹고 싶다. 살짝 중독성(?)이 느껴진다.
오전 내내 리조트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 수영장 시설이었다. 리조트와 연결된 해변도 색다른 맛이다. 해변에서 그대로 스노쿨링을 했다. 안전해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수영을 못 하시는 시아버지. 어쩜 저렇게 스노쿨링을 잘 하실까? 시어머니 수영실력에 깜작 놀랐다. 이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호핑투어를 떠나는 방카라


지프니 타고 마사지에 아찔한 택시까지
 
점심 식사 후 세부시내 구경을 떠났다. 리조트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달려 아얄라몰에 가기로 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에어컨이 설치된 차량이 그리 흔치 않았다. 상점 간판에 한글이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된다.
세부시내에 있는 아얄라몰 구경은 잠시. 쇼핑할 의욕이 생기진 않았다. 놀라운 건 대중 화장실이었다. 양변기에 앉는 판이 없다니···. 각자 재주껏 해결하고 인터넷에서 봐둔 톤톤마사지샵을 찾아야 했다. 필리핀의 대중버스인 지프니를 타기로 결정. 5분정도 걸어가니 지프니 정유장이 있었다. 지붕이 있고 유리창이 없는 미니 트럭 같은 모양이었다. 서로 마주보고 최대한 밀착해 앉았다. 우리와 현지인들을 가득 실은 지프니는 좁은 거리로 매연을 품으며 마구 달렸다. 옆에 앉은 현지 청년의 도움으로 13명 전체 차비가 97페소라는 걸 정확하게 알아냈다. 눈빛이 선하면서도 똑똑해 보이는 청년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던졌다.
톤톤맛사지삽은 한 사람당 7천원 정도에 전신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시 받을 스케줄이 없어 여자들은 몹시 아쉬워했다.
가까운 몰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택시 3대를 나눠 타고 돌아왔다. 택시들은 35분 동안 거의 경주를 하는 속도로 달렸다. 간담이 서늘해 마사지 받은 근육이 다시 뭉쳐버린 듯. 서구식 교통질서보다 물 흐르듯 달리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한다는 필리핀.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대중교통 지프니





스노쿨링, 스쿠버다이빙, 야외식사까지

다음날, 세부 여행의 하이라이트 호핑투어를 떠났다. 캡틴 고모부가 한국에서부터 예약해 온 가계에서 우리를 데리려 차가 왔다. 방카라라는 배를 타고 날루수완이라는 작은 섬으로 가 스노쿨링과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섬에서 야외점심식사를 하는 코스였다. 낚시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 스케줄에서 제외됐다.
현지인들은 동력과 무동력을 적절히 섞어 배를 잘 움직였다. 바다 위에 설치된 긴 다리에 배를 세우고 스노쿨링을 했다. 구명조끼가 좀 부실해 아이들이 하기엔 살짝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스쿠버다이빙으로 충분히 만회 됐다. 한국인 가이드와 현지인 가이드 두 사람이 함께 입수를 했다. 옷을 입고 산소통을 매니 뒤로 휘청 넘어갈 만큼 무거웠다. 코를 이용하지 않고 입으로 길게 숨을 쉬는 연습을 간단하게 하고 물속으로 입수. 호흡이 가장 중요했다. 만약 코로 숨을 쉬면 그대로 물이 들어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출산 할 때 했던 긴 호흡법을 연상하며 연습 후 바다 속으로 풍덩!
숨소리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산소통의 무게도 잊은 채 깊은 바다 속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열대의 물고기떼, 산호, 해초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가이드의 손을 잡고 물고기떼를 따라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자 수온이 순간 뚝 떨어진다. 가이드의 안내로 산호를 만졌다. 계속 앞으로 나가며 바닥의 해초를 만지자 현지 가이드가 손을 내졌는다. 아마 독초인가 보다. 산호에 앉아 수중카메라로 사진 한 장.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입수한 가이드들에게 돈돈한 동료애(?)까지 느끼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날루수완 섬은 무척 아름다웠다. 씨푸드도 담백하고 맛있었다. 얉은 바다에서 아이들은 실컷 수영을 했다. 돌아오는 방카라 위에서 대부분 잠이 들었다. 바닷물이 마른 피부 위에 소금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닷바람을 그대로 받으며 반쯤 졸며 돌아가는 가족들 모습이 마치 원시 속에서 오랜 세월 살다 문명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같다.




불편한 막탄공항시설에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마지막 날은 리조트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했다. 해변에 마련된 카바나에서 낮잠을 잤다. 동남아 휴가의 정석을 맛보는 기분이다. 시간은 멈추고 햇살은 뜨거운데 바닷바람이 가끔 지나갔다. 돌아가면 아마 이 순간과 망고가 기억날 듯.
막탄공항은 정말 열악했다. 2시간 정도 에어컨도 없는 대기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매점의 바가지는 장난이 아니다. 음료수 하나를 샀는데 밖보다 몇 배 더 받았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선진국이 되었는지 실감하는 여행의 마지막 경험이었다. 덕분에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긴 좋았다.
잊을 수 없는 세부의 아침, 열대바다 속, 망고의 맛을 간직한 채 13명의 정예멤버는 비행기에 올랐다.


김부경 리포터 m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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