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무렵이면 아이들이 전화를 해요. 엄마 배고파, 어디야, 언제 와?”
파주 운정에 반찬가게 ‘반찬여왕’을 연 박혜옥 대표는 문을 연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퇴근하고 나면 저녁식사 시간이 돼요. 5시부터 요리할 수 없는 직장 다니는 엄마의 아픔이 있죠. 반찬가게가 있으면 사갈 수 있잖아요.”
그 자신이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였던 시절, 늘 ‘집 가까이에 믿을만한 반찬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래왔다. 더 기다릴 수 없어 그는 아예 직접 문을 열었다.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영국의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에는 일과 육아, 요리에 지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철모르는 두 아들과 가부장적인 남편은 전혀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는다. 빨리 요리를 해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그들에게 엄마는 “너희는 모두 돼지야!”라는 선언을 남기고 집을 나간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는 짓지만, 지친 모습으로 회색 빛 도시 속으로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주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애어른 할 것 없는 스펙경쟁에 내몰린 불안한 시대, 엄마들은 살림과 교육에 자기 계발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오래전 흥행한 영화의 제목처럼 엄마들도 외치고 싶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5인의 요리사 있으면 나도 여왕
주부들의 마음을 잘 아는 박혜옥 대표가 문을 연 반찬가게에는 5인의 요리사가 상주하고 있다. 롯데호텔에서 25년여 뷔페 요리를 해 온 베테랑 요리사를 포함해 실력이 짱짱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혀끝에 착착 감기는 순간의 맛 보다는 늘 두고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요리를 지향하기 때문이란다.
“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 요리가 예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평범한 요리를 만들거든요.”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좋은 재료를 써서 정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아이와 남편, 무엇보다 엄마들이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한 반찬이기 때문에 허투루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반찬여왕의 소신이다.
식단에 맞춰 배달하는 가정식 반찬
반찬여왕을 이용하면 집에서 밥만 하면 된다. 매달 바뀌는 식단표에 따라 국, 나물, 찌개를 세트로 묶어 배달한다. 배달 반찬은 일반형과 반찬형 세트가 있다. 일반형은 국1가지와 반찬 4가지로 구성된다. 4인 기준으로 월4회 9만 원이다. 반찬형은 반찬 5가지로 구성되며 회수별 가격은 일반형과 같다. 배달일은 주2회, 주3회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2회 배달시 17만 5천 원, 3회는 25만 원으로 일반형과 반찬형 모두 같은 가격이다.
식단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어른과 아이가 모두 좋아할 만한 반찬으로 만든다. 메뉴를 살펴보자. 9월 5일은 부대찌개(반조리)와 양념떡갈비, 청포묵무침, 미역줄거리볶음, 오이양파피클, 김치볶음이다. 16일은 들깨시래기국에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인 생선커틀릿, 오징어야채전, 돈육메추리알볶음, 낙지젓갈과 배추겉절이다. 21일은 콩비지 탕에 포크커틀릿, 과일카레와 마늘종 새우볶음, 콩나물 겨자채와 오징어 젓갈이다. 30일은 추어탕에 코다리 강정, 연어샐러드, 연근조림과 쇠고기장조림, 멸치고추장볶음이다. 식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 100여 가지 반찬
반찬여왕은 프랜차이즈가 아니고 천연 조미료만 사용해 요리한다. 모든 요리에는 직접 만든 육수를 넣는다. 나물, 국은 육수를 넣어 만든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어색할 수 있다.
매장은 해솔마을 12단지 건너편에 보이는 할리스커피 매장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매장에 가면 맛을 보고 살 수 있는 반찬 종류가 100여 가지다.
열 가지가 넘는 나물, 마른반찬, 밑반찬과 속초에서 공수한 젓갈 등이 한팩 3천원이며 4팩을 고르면 1만원이다. 매일 10가지가 넘는 국 찌개종류가 매장에서 즉석 조리되며 초무침, 장조림, 코다리, 강정 등 각종 요리류를 고를 수 있다.
문의 031-949-1969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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