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맛을 찾아서 ? 전통 국수집 ‘요선제면’

“우리집 국수 맛들이면 마트 국수 절대 못 먹지요”

55년 전통 방식 그대로 옛날 국수집 요선제면

지역내일 2011-11-10

국수를 사기 위해선 마트가 아닌 국수 뽑는 집으로 가야했던, 조금은 오래된 풍경. 집 앞 슈퍼에서 잘 포장된 소면들을 손쉽게 살 수 있지 않냐 반문하는 젊은 새댁들에게는 어떨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곳이 있다. 춘천 요선동의 한 상가 골목. 낡은 소설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는 소박한 국수집을 만난다. 55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어머니와, 그의 뜻을 이어 함께 국수집을 운영해가고 있는 딸. 바로 ‘요선제면’이다.


쌀 귀하던 시절 가장 친근했던 먹거리 

과거 쌀이 귀했던 시절, 밀가루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그래서 이보화 사장(78)이 처음 요선제면을 시작할 즈음에는 춘천에만 국수 뽑는 가게가 열 곳도 넘었다. 목수 일을 하던 남편이 갑자기 제면소를 차리자 스물다섯 나이에 팔을 걷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국수 수요가 많았던 그 시절엔 종업원을 두엇 두고도 손님이 줄을 설만큼 장사가 성황이었다고. 하지만 쌀을 비롯해 점차 다양한 먹거리가 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과 커진 유통망 앞에서 영세한 동네 국수집들은 하나 둘씩 떠났다. 지금은 춘천에서도 ‘요선제면’ 하나만이 남았다. 어머니는 15년 전부터는 둘째딸 김동심(43)씨와 함께 국수집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손 반죽에 태양건조로 쫄깃한 면발

“태양초, 태양초 하는 이유, 그게 다 우리 고추를 직접 말려서 좋은 거지. 우리 국수도 그래. 손수 반죽해서 직접 말렸으니 그 정성이 어떻게 기계 맛이랑 같겠어. 우리집 국수 맛들이면 마트나 슈퍼 국수 절대 못 먹지.” 단순히 55년이란 역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량화 하지 않고, 55년 전 그 방식 그대로 국수를 뽑고 있다는 사실. 밀가루와 물, 소금만을 넣고 손으로 그 많은 반죽을 정성스레 직접 치대는 이보화 사장.
“이 작업을 거쳐야 글루텐이 제대로 생성되어 끈기 있고 쫄깃한 면발이 나와요. 일반적인 기계국수는 기계에 밀가루와 물을 넣고 섞어 바로 반죽을 해버리죠. 한마디로 끈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생략된 거죠. 힘은 들지만 이렇게 여러 번 치댄 면발은 쫄깃하고 시간이 지나도 잘 불지가 않아요.” 다행히도 평생을 해오면서 터득한 노하우 덕에 조금은 힘을 덜 들일 수는 있다고. 연세보다 훨씬 건강하게 일하시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운 딸은, 장인정신을 가진 사장님 곁에서 긴 호흡을 맞춰가는 최고의 파트너다.
그렇게 몇 차례의 반죽이 끝나고, 손때 묻은 오랜 제면기계의 분쇄기를 돌아 나와 밀가루 판이 만들어 진다. 그 뒤 6번의 밀대 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국수가닥.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태양건조 차례. 긴 국수발을 3층 옥상으로 이동시켜 햇볕에서 3~4일 말리는 작업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 손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수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한 번 손 간 국수와 여러 번 손이 더 간 국수는 정말 다르다고. 이 작은 가게 한곳에서도 사람 손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국수인데, 차가운 기계를 통과한 국수와 과연 비교가 될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슬로푸드의 대명사로 국수가 다시 대접을 받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식구들만 해도 라면을 절대 못 먹거든요. 얼마 전 한 손님이 우리밀 한 포대를 들고 찾아왔죠. 그 손님은 수입 밀가루를 아예 못 드신대요. 자식들 먹이시려고 손수 농사지은 밀이라며 국수를 만들어 달라고요.” ‘요선제면’은 웰빙 흐름을 타고 칼국수, 콩국수, 닭갈비 사리, 소면 등 일반 국수부터 녹차, 홍차, 뽕잎을 이용한 웰빙국수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틈새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장날 마다 들르시는 시골 할머니, 마트 국수는 씹는 맛이 영 틀렸다는 단골 할아버지, 옛날 어머니 국수 맛을 기억하며 가게 터를 어렵게 물어 찾아오는 중년들까지. 탱탱하고 쫄깃한 국수 맛에 매료된 손님들 덕에 ‘요선제면’은 오늘도 밀가루 폴폴 날리며 할머니의 손맛과 태양 맛을 머금은 국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이보화 사장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55년 한결 같은 국수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의 : 254-7129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