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Breeze)는 영어로 ‘산들바람’이라는 뜻이다. 아이러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다녀야 하는 종목의 이름 치고는 좀 한가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팀의 이름이 왜 브리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의 틈새에서 느끼는 산들바람처럼, 이 팀도 휴식 같은 동호회이기 때문이다.
고교 동창생들이 만들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회인 농구팀 브리즈를 만났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고교동창이 뭉쳤다
브리즈가 처음 생긴 것은 2008년이다. 1994년~1997년 사이에 은평구 충암고등학교를 다닌 동창들 8명이 만들었다. 지금은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 합류해 18명으로 늘었다. 고교시절 함께 농구를 하던 친구들 모임에서 고양시 사회인 농구팀으로 바뀌었다.
정기 연습은 매주 한 번, 4시간 쯤 뛴다. 대회는 일 년에 3~4차례 나간다. 2008년 짐스포츠코리아배 비디알(BDR)자율리그에서 우승한 이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2011년에는 경기도 클럽리그 3위를 차지했다.
술 마셔도 농구, 싸워도 농구, 화해도 농구
브리즈 회원들은 모이면 농구 얘기뿐이다. 술 마셔도 농구 얘기를 주로 나눈다니 어지간히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동갑내기들이 시작한 팀이라 티격태격 싸움도 생기지만 화해도 금방 한다. 운동하면서 함께 땀 흘리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저녁을 함께 먹으며 술 한 잔 하다보면 어느새 오해도 스르르 풀어진다.
30대 중반인 이들은 청소년기를 농구와 함께 보냈다. 요즘이야 축구와 야구가 인기지만 그때는 농구만한 것이 없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붐이었다. 사회생활로 지친 이들에게 농구는, 단순히 운동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풋풋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 같은 일상의 장치가 아닐까.
농구할 날 기다리면 일주일이 설렌다
뭐라 해도 스포츠는 시합에서 이기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김형욱 회장은 “대회 나가서 입상을 하는 것이 짜릿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브리즈는 주말에 정기 연습을 갖는다. 고양시 체육관을 주로 이용하지만 대관 일정이 맞지 않을 때는 인근 지역으로 원정 연습도 떠난다.
연습 때는 수비와 공격 패턴을 배운다. 실력은 중간쯤, 그러나 분위기는 훈훈하다. 수년 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덕분이다. 회원 나이는 30대 중반이 대부분으로 팀의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대면 대 환영, 30대도 물론 반긴다. 김형욱 회장은 “운동할 때와 안 할 때, 뱃살이 다르다”며 웃는다.
팀의 막내 고만준 씨는 군 제대 직후인 올 1월에 가입했다. 나이 차이는 나지만 고교시절부터 알던 형들이라 어색하지 않았다. “농구는 서있는 시간 없이 계속 움직여 체력소모가 많은 점이 좋다”는 고만준 씨. “브리즈 팀은 서로 단합이 잘 되고 즐겁게 웃으면서 땀 흘릴 수 있어 좋다”고 자랑한다.
나 아니면 안 돼? 내가 아니어도 돼!
조병훈 씨는 고교 팀에서 뛰다가 성인이 된 지난여름, 브리즈에 가입했다.
“나이차가 많아서 어려운 건 없어요. 형들이 기량이 좋아 압박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배우면서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어요.”
조 씨는 “고교 팀과 성인 팀은 전체적인 농구의 틀과 게임 운영 방식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브리즈에 들어온 후, 혼자서 대인마크를 잘 하기보다 팀원들 끼리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대학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인해 사회인 팀에서 활동해 온 김덕주 씨는 올해 브리즈 팀에 들어와 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씨는 “브리즈는 개인 능력치가 좋은 팀”이라고 칭찬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융화가 잘 되어야 한다”고 짚는다. ‘나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내가 아니어도 돼’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농구하러 모이는 날을 기다리면 하루하루가 설렌다는 이들, 휴식처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개인적 기량에 융화력까지 갖춘다면 당해낼 팀이 없겠다.
미니인터뷰 김정길, 남지선 씨 커플
“연애에서 결혼까지 농구를 빼놓을 수 없죠”
리포터가 찾아간 지난 10월 말, 고양 시청 체육관에는 브리즈 팀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농구 좋아하는 아빠를 둔 어린아이, 아내들과 연인들은 대기석에 앉아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기를 기다린다. 그 가운데 남지선 씨도 앉아 있다. 남 씨의 연인 김정길 씨는 이날 상견례를 마치고 바로 브리즈 연습에 합류했다.
서운할 만도 하건만 남 씨는 남자친구를 말리지 않는다.
“농구를 안 하면 더 피곤해 하니까요.”
남 씨는 특별히 농구를 말리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코뼈를 다친 이후로는 “한번만 더 다치면 끝”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남 씨는 “여자 친구들끼리 따로 모여서 영화도 보고 여가를 즐긴다”고 말한다. 내년 예정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도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교 시절에 만나 사회인이 되고 결혼 해 아이를 낳으면서, 브리즈는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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