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영재들이 모인 대회에서 고양시 학생들이 큰 상을 받았다. 지난달 7일부터 10일까지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2011세계창의력경연대회에서 고양발명교실 학생들과 과학선도반 학생들이 참가해 대상 금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카이스트와 (사)한국영재학회가 주관한 이 대회에 올해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를 비롯한 10개국 3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초등부는 ‘새로운 어린이 NGO 만들어 운영하기’, 중등부는 ‘SNS를 활용한 글로벌 청소년 문화 활동 제안''이 주제로 제시됐다. 학생들은 8월부터 3개월가량을 발로 뛰며 주어진 주제를 현실로 만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대회 후 더욱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온 고양시 학생들을 만났다.
대상의 영예 안은 고양발명교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노력이 함께 만든 결실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 부설 발명교실(이하 고양발명교실)은 송산중학교(교장 이영순)에서 진행한다. 연초 학교장 추천을 받고 선발시험에 합격한 초등 5학년~중등 1학년 학생을 모아 운영한다. 올해에는 모두 4개 학급을 운영하며 참여하는 학생은 96명이다.
발명교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냈다. 지원한 학생들은 발명학교에서 대회를 위한 과학 분야 수업을 받았다. 대회 지도는 이정화(원당초) 교사와 김형수(당시 송산중. 현 파주 문산중) 교사가 맡았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세계 청소년들의 학습과 교류의 장
한수초 5학년 박진서, 김종민 군은 대상 격인 과학교육기술부장관상을 받았다. 팀 이름은 ‘Blue marble’, 푸른 지구라는 뜻이다. 어린이 NGO 활동으로 이들이 택한 것은 지렁이다. 이들은 지렁이를 직접 길러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지렁이 분변토로 화단을 가꾸었다.
정발초 6학년 박희근, 4학년 박신근 형제는 동상을 받았다. 게임 중독을 막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NGO 활동이다. 게임을 오래할 수록 달걀의 색이 변하고 약속한 시간을 초과하면 터져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
장려상을 받은 안곡초 6학년 이원진, 한수초 5학년 서원석 군은 건강 NGO를 기획했다. 채소 씨앗을 나눠주고 샐러드데이를 만드는 등,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권하는 단체다.
신일중 1학년 이석환, 김현우 군은 SNS를 활용해 정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금상을 받았다. 수행평가 이후 버려지는 정보들을 SNS에 올려 국제적으로 교류하는 활동이다. 지식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송산중 2학년 이소연, 김태희 양은 SNS를 활용한 진로 멘토링 아이디어로 동상을 받았다. 페이스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과 인맥을 쌓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태희 양은 테셀레이션을 기획하는 단기과제 개인전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힘든 만큼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또 “영어로 교수진 앞에서 발표한 일,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 친구들을 만난 일이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대상을 받은 블루마블 팀의 박진서 군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꿈을 밝히기도 했다. 김형수 지도교사는 “발명과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이번 대회가 많은 자극이 되었다”면서 “아이들이 자라 NGO와 SNS 문화를 더욱 탄탄하게 가꾸어갈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밝게 웃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보여준 과학선도반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한 아이들, 상보다 값진 결과
경기도교육청지정 과학교육선도학교 원당초등학교(교장 송두영)는 고양시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과학선도반을 운영한다. 교과 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실험과 만들기 등을 진행하며 창의력, 발명, 과학 영재 교육을 펼친다. 이정화 교사는 “과학과 수학에 뛰어난 학생들이라 스펀지처럼 알려주는 내용을 흡수한다”면서 “과학선도반 활동을 하고 나면 학생들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자랑한다.
문화초 6학년 유성동 군은 달걀 껍데기로 수소폭탄을 만드는 실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꼽는다. 학생들은 “과학선도반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재미있는 실험이 많아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화 교사는 “대회에 다녀오면 아이들의 자신감이 자란다”고 말한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춤추고 발표하는 아이들 모습이 어떤 상보다도 값진 결과”라고 힘주어 말한다.
세계의 친구 만난 살아있는 배움의 장
과학선도반에서 나간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정발초 6학년 김동현, 문화초 6학년 유성동 군은 친구사랑 NGO를 기획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보호하며 학교 왕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법이 신선하다.
토당초 6학년 김태양 군, 호곡초 6학년 김민선 양은 환경 NGO를 만들었다. 화분을 구입해 원당초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며 환경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유성동 군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 경험이 공부가 된 것이다. 학생들은 룸메이트를 사귄 일, 외국 친구들과 물건을 주고받으며 친해진 일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평소 과학선도반 수업과 이번 대회 과정을 모두 지켜본 부모들의 얼굴에는 자녀들을 대견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동현 군의 어머니 최미진 씨는 “대회를 치르면서 아이들의 노력과 이정화 선생님의 열정을 지켜보며 부모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이번 대회는 살아있는 배움의 장이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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