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글로벌 키즈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184cm의 훤칠한 키에 유난히 긴 하체, 첫인상에도 범상치 않은 스포츠맨의 기운이 서린 전직 국가 대표 펜싱 감독 윤남진(50)씨. 중학교 때 이미 눈에 띄는 체격 조건으로 체육 선생님들의 호시탐탐 눈길을 받던 중 펜싱부 코치에게 낙점이 됐단다.
그렇게 펜싱과 얽힌 30년 세월을 바탕으로 스포츠를 통한 창의성과 인성 발달에 공을 들이는 스포츠 교육자가 된 현재. 2막 인생의 포부를 설명하는 눈빛에 반짝이는 순수가 어려 있는 그를 펜싱클럽이 운영되고 있는 용인 키즈리더스클럽에서 만나보았다.
86, 88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펜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선 삼총사다. 뾰족한 칼을 옆구리에 차고 가문의 위신과 명예를 위해 결투를 벌이는 사람들.
그렇게 달타냥과 삼총사는 아이들의 전설로 현재까지 인기를 누리는 인물들이지만 펜싱, 그것도 우리나라에서의 펜싱은 대중스포츠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포츠다.
“펜싱은 1960년대 일본 유학생들이 한국에 보급하기 시작했고 70년대를 거쳐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90년대 후반엔 세계 펜싱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단체 금메달을 싹쓸이 할 만큼 급부상을 한 스포츠이기도 하죠.”
국내에선 아직 펜싱이 생소하던 무렵인 1983년부터 펜싱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윤남진씨. 86년과 90년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에 펜싱 금메달을 안겨준 완소남이기도 하다.
그 후 선수생활을 접고 국가대표 코치직과 감독직을 맡게 된 그. 2005년 국제 펜싱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게 만든 장본인 역시 그이다.
“사실 세계 선수권 대회는 올림픽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참여해 기량을 펼치는 무대거든요. 그래서 더 어려워요. 올해는 펜싱 각 종목에서 동메달 4개를 땄는데 성적이 고르게 나온 걸로 따지면 금메달보다 값진 결과입니다.”
비인기 종목으로 외면당하던 예전과는 달리 점차 펜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일단은 반갑다는 윤 전 감독.
“미국의 경우 아이비리그에 입학하려면 펜싱이 필수예요. 가산점이 높기 때문이죠. 일본도 펜싱 클럽이 100여개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인기가 많고요.”
집중력을 길러주는 탁월한 스포츠, 펜싱
“미국 명문 사립학교의 경우는 하루에 3시간 이상 스포츠에 할애를 합니다. 협력, 팀플레이, 의지, 믿음 순종, 경쟁 등 다양한 삶의 가치와 인생을 배울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도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클럽 스포츠를 활성화 시키고 이를 이어 스포츠 국제학교를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비전.
현재도 죽전에 위치한 국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펜싱을 가르치고 있는 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판정 받은 2명의 아이들과 6개월을 만났고 현재는 눈에 보일만큼 아이들의 상태가 좋아졌다.
“인터넷, 게임, TV 등 요즘 아이들이 산만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잖아요. 펜싱은 칼끝을 보며 상대에 고도로 집중하는 경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신을 모으게 되고 집중력을 키우기에 아주 좋은 스포츠죠.”
코치에게 찍힘(?)을 당한 인연으로 펜싱과 더불어 살아온 36년. 현재 그의 아들도 펜싱 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아내도 86아시안 게임 공기소총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 선수다. 명실 공히 스포츠 가족.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족들 간에 공통분모가 많다. 대화의 연결 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물론.
“요즘 아빠들이 아이들과 대화하려면 뭔가 어색하고 어렵잖아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스포츠를 배우거나 취미를 공유하다보면 감성이 교류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더라고요.”
그가 얼마 전 개원한 용인 키즈리더스클럽에서 ‘아빠와 함께 하는 펜싱 수업’을 맡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글로벌 시대 세계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입니다. 언어의 장벽도 문화의 장벽도 스포츠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죠. 우리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위해 스포츠에 한발 더 내딛어 보세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펜싱의 기본 종목과 경기 방식>
* 플로레-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펜싱의 기본 종목으로 유럽 귀족들이 가문의 명예를 위해 결투를 벌인데서 유래했다. 몸통을 찔러야 점수를 인정받는다.
* 에뻬-군인들이 전쟁을 하던 데서 유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 어디를 찔러도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싸브르-말을 타고 달리며 싸움을 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상반신을 찔러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 점수 획득 -칼끝과 경기 복 안에 전기선이 내장돼 있다. 칼끝이 (종목에 따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지점에 닿으면 자동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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