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아이들 제빵봉사하는 Green Sugar 이영순 사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할래요”

지역내일 2011-11-05



* 다문화가정아이들 제빵자원봉사를 계획한 신미화씨, 이영순 사장, 문미 다문화가정지도사(왼쪽부터)

“자, 모두 손을 깨끗이 씻고 자리에 앉아 볼까요?”
25일 오후 6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종종걸음 치며 집으로 향할 시간이다. 쌍용동에 위치한 베이커리카페 Green Sugar에 아이들이 모였다. 빵을 직접 만들어보는 즐거운 시간을 위해서다.
이날 만들 것은 컵케이크. 하지만 역시 아이들이다. 맛있는 빵을 만들겠노라는 진지함도 잠시, 조물조물 고사리손이 빚는 반죽은 그저 장난감이다. 얼마 안 가 옆 친구와 눈을 맞추며 까르르 웃는다. 웃음이 맑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영순(44) 사장의 눈빛이 따스하다.
“다문화가정아이들을 위한 자리에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엄마들도 편안하게 서로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지요.”
4월 문을 연 Green Sugar는 지나가는 사람들 눈길을 단번에 잡아챌 만큼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손대기조차 아까운 예쁜 컵케이크와 그윽한 커피로 엄마들 모임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매일 아침 구워 하루만 판매하는 컵케이크는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다. 보존제 화학첨가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지 예쁜 공간이기만을 바랬다면 이날 아이들의 웃음은 없었을 것. 이영순 사장은 그 공간에 따뜻함을 채우고 싶었다. 거창하기보다는 생활을 함께 할,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 나눔을 찾았다.
이때 우연히 문미(51) 다문화가정지도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 학교 모임 자모라 친하게 지내던 차였다. 문미 지도사는 알고 지내는 다문화가정아이들의 제빵체험을 제안했다. 이영순 사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일하는 신미화(45)씨도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다문화가정아이들과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문미 지도사는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은 한국 생활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큰 일”이라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하고 생활을 나누면 그만큼 적응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제빵체험을 하고 그동안 엄마들은 커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하게 되니 소중한 시간이지요.” 문 지도사의 얼굴에 흐뭇함이 가득했다.
이영순 사장은 제빵체험을 월 1회 정도 진행할 생각이다. 그 속에서 엄마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그들이 모르는 한국생활과 문화를 알려주려고 한다. 여건이 되면 커피 만드는 법도 배우게 해 취업까지 연결해줄 계획도 가늠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마음만 앞서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려구요.” 이영순 사장은 밥 먹듯 숨 쉬듯 자연스러운 나눔을 하고 싶다.
아이들은 누구든 예쁘다. 사람은 누구든 귀하다. 그 앞에 다른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Green Sugar는 그것을 알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이웃의 사랑방이다. 그 사랑방을 더욱 포근하게 하고자 한다면 작은 움직임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이, 엄마들의 따뜻한 공간이 될 테니까.
위치 및 문의 : 쌍용동 롯데마트 맞은편 농협 뒷골목. 041-578-8084.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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