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조이, 일산마라톤클럽

지역내일 2011-10-30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우리는 달린다”

 ‘저 모퉁이를 돌면 거의 다 온 거겠지. 이 모퉁이를 돌면 정말 거의 다 온 걸 거야. 그러나 모퉁이를 몇 개 돌고 몇 개의 언덕을 오르고 내려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아고, 멀다 멀어~’ -전명숙 회원의 제8회 천진암울트라마라톤대회 후기 중에서.

 마라토너에게 왜 달리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어리석다는 핀잔대신 “그러게, 내가 왜 달릴까?”라는 대답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숨이 차다 못해 막혀버릴 것 같은 느낌, 통증으로 아픈 다리, 심지어 쥐가 나도 그들은 달린다. 왜 달리는가라는 물음은 그 다음의 일이다. 너무 힘들어도 삶은 계속되는 것처럼, 그들도 멈추지 않는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한계를 넘는 희열
 런조이마라톤클럽은 전국에 5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일산지부는 그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자랑한다. 오프라인 회원 100여 명이며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마라톤대회는 연간 네 차례다. 40대 회원이 가장 많고 30대 후반, 50대, 칠순의 회원까지 함께 달린다. 정기 훈련은 호수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동절기 6시 30분)와 수요일 오후 8시 30분에 시작한다. 지난 19일 밤, 호수공원에서 춘천마라톤대회를 앞두고 있는 런조이일산마라톤클럽 회원들을 만났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회원들은 얇은 셔츠 위에 주황색 조끼를 입고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라톤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인데 성취감이 있어요. 자신의 능력을 계속 높여가면서 벽을 넘은 후 느끼는 희열이 있죠.”
총무 임형진 씨의 말이다. 그 맛 때문일까. 여름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고 겨울이면 머리카락 끝에 고드름이 맺혀도 달린다. 

소풍가듯 떠나는 마라톤대회
 운동은 습관이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밥 먹고 숨 쉬듯 몸과 마음에 착 달라붙게 하는 것, 그렇게 하기까지가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달리나보다. 혼자 달릴 때 보다 클럽에서 함께 달리는 편이 습관 붙이는 시간을 줄여준다.
 4개의 마라톤대회에 고정 참가하지만 가장 큰 것은 봄철 동아마라톤대회, 가을의 춘천마라톤대회다. 대형 버스 두 대를 빌릴 만큼 참여도가 높다. 특히 춘천마라톤대회는 언덕이 많아 힘들어 하면서도 달리고 나면 즐거워하는 코스다. 마라톤대회는 소풍처럼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경험이다. 게으름, 날씨,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싸워온 지난한 과정을 평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즐겁게 달린다. 사정상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이들은 가족들과 소풍처럼 떠나 응원에 열을 올린다. 사물놀이 팀이 있어 흥을 돋우기도 한다. 몸으로도 뛰고 마음으로도 달린다. 모두 다 같이 어울리는 잔치다.
완주하면 누구랄 것 없이 축하해주고 박수친다. 그 사이 정은 저절로 쌓이고, 함께 하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멀리 잠실로 이사를 가도 연습만큼은 일산에서 하겠다며 오는 회원도 있을 정도다.

달리기는 청바지다?
 마라톤을 하는 데 거창한 목적은 없다. 이름 그대로 즐겁게 달리기 위해 모인 것뿐이다. 회원가입은 월 1만원의 회비만 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 남문희 회원은 “달리기는 청바지와 같다”고 말한다.
 “청바지는 평등의 패션이에요. 마라톤은 러닝셔츠 하나와 운동화 한 켤레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평화와 평등의 운동이죠. 그것마저도 없다면 맨발도 괜찮아요. 나이와 사회적 지위, 빈부는 달리기 안에는 없어요. 만일 그런 대접을 원한다면 골프나 요트, 남들이 웬만해선 할 수 없는 것을 해야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 말고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 없다. 내가 이 지구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심장이 터질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운동, 마라톤은 그래서 이토록 사랑받나보다.


이희준, 김경례 씨 부부
“부부가 함께 달리면 좋아요”
 마라톤을 꾸준히 하면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것은 부부가 함께 즐기기 좋은 운동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이 클럽에는 부부 회원이 많다. 
 무려 10쌍이나 활동하고 있다. 이희준 씨 부부도 열심히 달리는 부부 마라토너다. 
 이희준 씨는 2005년에, 부인 김경례 씨는 2008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이 좋죠. 아무리 건강달리기라고 하지만 밖에 나가면 한 사람은 집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할 때보다 보기도 좋아요.”

 칠순의 마라토너 이명희 씨
“인생은 60부터? 마라톤도 마찬가지!”
 73세의 최고령 회원 이명희 씨는 65살에 마라톤을 시작해 80여개 대회를 참가했다.
 2009년 동아마라톤대회에는 3시간 56분에 주파, 2~30대도 쉽지 않다는 기록을 달성했다.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이죠. 마라톤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이명희 회원은 고양시에서 열린 2006년 경기도체육대회와 2011년 전국체전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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