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농협 문화센터 사물놀이반을 찾아서

지역내일 2011-10-30

“얼~쑤~ 신명나는 우리 가락, 사물놀이 즐겨보세”

 사물놀이는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거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드는 흥겨운 우리가락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힘든 농사일을 잠시 잊기 위해 함께 모여 풍물놀이판을 벌렸답니다. 흥겨운 가락에 취해 노래하고 춤추다보면 고단한 시름을 잊을 수 있었지요.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을 사는 서민들에게 우리가락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흥겨운 우리가락을 연주하며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일산농협 문화센터 사물놀이반을 소개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노후를 위한 투자, 열일 제쳐두고 악기 치러와요
 꽹과리와 장구, 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구석 강사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가락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는 회원들. 흥겨움, 신명, 열정 이런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회원들은 사는 곳도 나이도 모두 다르지만 ‘형님, 아우’, ‘언니 동생’하며 이웃사촌 보다 더 가깝게 지낸다. 일산농협 문화센터가 생긴 이후 이곳에서 줄곧 사물놀이를 배워왔다는 조정금(중산동)씨는 사물놀이반 오픈멤버다. 16년째 이곳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살짝 외도를 하긴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이 사물놀이반이라고 한다.
“처음엔 사물놀이를 배우다가 다른 것도 한번 배워보자 싶어 노래와 댄스 등의 강좌를 들었지요. 그러면서도 사물놀이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어요. 외도를 해보니 사물놀이 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더라구요.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와 다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사물놀이에 입문한지 이제 6개월. 바쁜 시간을 쪼개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백인희(백석동)씨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어느 날 내 나이가 육십이 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자신을 위로할 만한 제대로 된 취미생활 하나 없이 살고 있다면 초라하고 허무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이곳에서 칠십이 다 된 선배들이 풍물을 치며, 삶의 활력을 갖고 사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럽더라구요. 저도 꾸준히 잘 배워서 봉사공연도 다니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노후를 위한 투자로 아무리 바빠도 열일 제쳐두고 악기를 배우러 온답니다.”

신명나는 우리소리, 삶에 활력을 주네
사물놀이반은 일주일에 한번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눠 수업을 한다. 박은주(백석동)씨는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선 사물놀이 수업에 꼭 참여해야 한단다. “제가 세 아이의 엄마거든요. 아이들을 돌보다보면 지쳐서 우울해 질 때도 있어요. 수업에 참여해 장구를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타악기가 주는 경쾌함이 삶에 희열을 주기도 하지요. 등을 반듯하게 펴고 악기를 다루기 때문에 자세도 좋아지고, 사물놀이를 배우고 난 후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장구를 배우면서 공황장애를 이겨냈다는 회원도 있다. 신남현(문봉동)씨는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장구를 배우면서 증세가 나아졌고 지금은 다 회복됐다”며 “사물놀이는 정신건강에 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이곳에서 장구석 선생님을 만나 악기를 배우게 된 건 큰 행운”이라며 “장 선생님은 우리가락을 악보에 의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도하며, 누구보다 가르치는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본래 우리 민족은 신명을 아는 민족이라고 한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한바탕 풍물판을 벌려 신명나게 풀어내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멀리서 꽹과리 소리만 들려도 어깨가 들썩이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유흥숙(구산동)씨의 말에 공감이 된다.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요즘 사는 맛이 제대로 납니다. 장구는 장구대로, 꽹과리는 꽹과리대로 배우는 재미가 다 있어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멋진 일이지요.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친구를 찾고 있다면 어서들 서둘러 사물놀이 배우러 오세요.” 

인터뷰> 장구석 터벌림 민속예술원장
풍물로 하나되는 문화공동체를 꿈꾸다
 사물놀이반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바로 터벌림 민속예술원 장구석 원장이다. 장구석 원장은
무형문화재인 호남우도 농악 전수조교로 고양시에 우리 전통 사물놀이를 보급하는데 앞장서 왔다. 1998년 터벌림 민속예술원을 오픈해 다양한 공연과 봉사활동을 펼쳐왔고, 고양시 내 초등학생과 성인들에게 사물놀이와 난타 등을 지도하고 있다. 장구석 원장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듯, 풍물로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전엔 이웃과 함께 일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공동체 생활을 했지만,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공동체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지요. 옆에 사는 이웃과 인간적인 교류도 없고, 외롭게 살기 십상입니다. 사물놀이는 여럿이 함께 연주하며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고, 신명나는 그 울림이 현대인들에게 분명 위로가 될 겁니다.”

17년 한결같은 문화공간, 일산농협 마두역지점 문화센터
 일산농협 마두역 지점 문화센터는 1995년에 개원했다. 분기별 평균 100여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1000여명의 회원들이 이용한다. 연간 4천여명의 고양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올해로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최초의 문화센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산농협(조홍구 조합장) 문화센터는 농협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만든 것으로 수준 높은 강의와 저렴한 수강료로 고양시민들의 문화생활을 후원하고 있다. 11월 7일부터 2012년 1월 28일까지 겨울학기 강좌가 시작되며 11월 5일까지 회원을 모집한다.
인터넷 접수 www.ilsannh.com 전화접수 031-904-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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