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가는’ 아빠다 - 안곡초등학교

지역내일 2011-10-30 (수정 2011-10-30 오후 7:38:18)

 아버지들이 변하고 있다.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예회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있어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는 농담은 옛말이다.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자녀 양육에 참여한 가정일수록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고 성공할 인생을 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발표되고 있다.
학교도 변하고 있다. 녹색 어머니회, 명예 사서 등 어머니들에게 국한되어 있던 학부모 참여 활동을 아버지 폴리스, 아버지 밴드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지역 학교들을 찾아가 자녀들의 학교 활동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는 아버지들을 만나 보았다.
이남숙 남지연 이향지 리포터 

“아들아 아버지는 이렇게 꿈을 이뤘단다”
학부모 명사초청 아침조회 여는 안곡초등학교
 안곡초등학교(교장 최종경)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윤종열 씨는 지난 9월 5일, 전교생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반공학자인 윤 씨는 지반공학이 어떤 학문이며, 우리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진과 그림 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지반공학이 일반적인 분야가 아니니까 학생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참여했습니다.”
윤 씨는 학교 교육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아버지들이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아버지들이 직업과 상관없이 즐기고 있는 취미 활동을 재능기부의 차원에서 학생들과 학교 안에서 함께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버지에게 듣는 직업의 세계
 윤 씨가 참여한 행사는 ‘명사초청 꿈나무 아침조회’다. 안곡초가 내세우는 학교 특색사업으로, 다양한 직업군에 몸담고 있는 학부모와 지역 명사를 초청해 진행한다. 올해 처음 시작했으며 월 1회 진행한다. 참여한 학부모의 직업은 헤어디자이너, 요식업 종사자, 지반공학자 등이다.
안윤수(1학년) 군은 요식업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들려준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어떻게 스테이크를 만드는지, 어디서 오는지도 알게 됐고 왜 그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아빠들이 학교에 와서 신기했어요.”
김선희 교사는 이 조회가 생생한 진로 교육의 장이라고 자랑한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면 추상적이죠. 하지만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언니나 동생의 부모님이 얘기해주면 구체적으로 다가오죠.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부모님이 꿈을 이룬 것이라서 아이들 마음에 확 닿는 진로 교육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자리 되찾고 인성교육 효과도
 아버지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무게감을 되찾는 효과도 있다. 최종경 교장은 “학부모를 초청해 직업의 세계를 들려주는 근본적인 취지는 효”라고 말한다.
“가정에서 아버지들의 위치가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인성교육이 강화되려면 아버지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알리고 아버지의 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최종경 교장은 아버지들이 학교 교육에 중추적으로 참여를 하면 가정과 사회, 학교 교육이 연계되고, 인성교육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안곡초는 학교와 인접한 안곡습지공원을 활용해 학부모들에게 습지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음악에 재능 있는 아버지들이 참여하는 ‘안곡 패밀리 보컬 밴드’, 토요 배드민턴 모임, 족구와 탁구 모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 교장은 “아버지들이 교직원들과 스포츠 경기, 음악적인 교류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허심탄회한 문화를 만든다면 교육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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