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정수기 ‘콩팥’에 관심을
부종 나타났을땐 이미 병 진행 단계 … 정기적인 혈압, 소변검사로 조기 치료해야
평소 고기를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즐겼던 김영환(가명 50) 씨는 혈압이 높아 5년 전부터 약을 혈압약을 먹고 있다. 고혈압 외에는 감기 한번 없던 그가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진단받은 병명은 ‘만성 신부전증’. 고혈압과 신장질환이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단 사실을 미처 몰랐던 김 씨는 “신장기능이 10% 밖에 안 남았으니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계기 ‘혈액 투석’
“신장질환은 대부분 통증이나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병이 있는지 모르다가 몸이 붓거나 야뇨 등 배뇨장애를 경험한 후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한번 망가진 신장은 절대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아요. 그래서 환자분들이 병을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죠.”
성남 중원구 성남동 연세제일내과의 노현정(42) 원장(신장내과 전문의)은 “흔히 ‘저 이는 콩팥이 안 좋아 잘 붓는다’고 말하곤 하지만 눈으로 드러나는 부종증상은 콩팥의 이상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소 신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는 신장질환을 인식하고 예방, 관리하는 것이 필수.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다른 병이 있는 환자나 노인, 신장질환에 대해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3∼6개월마다 소변이나 혈액검사, 혈압 등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투석치료는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통해 신장의 배설기능을 대신하는 방법입니다.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 거부반응부터 보이며 비관을 하게 되죠. 하지만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된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에요. ‘내가 사는 오늘은 죽은 자에겐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틀에 한번씩 만나는 가족같은 환자들
신부전이란 콩팥에 질병이 발생해 몸 안에 노폐물이 차츰 쌓이다가 결국은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질병이다. 콩팥의 손상 정도와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잘 관리하지 않으면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장대체 요법이 불가피해진다.
“혈액투석은 반투과성 막의 여과장치(인공 신장기)를 이용해 몸 속의 혈액을 몸 밖으로 끌어낸 후 반투과성 막의 한쪽으로는 혈액을, 그 반대쪽으로는 투석액을 통과시켜 혈액 내의 노폐물과 과다한 수분을 제거하게 됩니다. 이후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넣어주게 되죠. 치료는 보통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4시간 정도 소요되구요.”
투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투석 전문의의 풍부한 임상경험이 더욱 중요해진다. 환자에 따라 개별적인 생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노 원장은 대한신장학회(www.kns.or.kr)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투석 전문의 명단을 확인한 후 인공신장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주일에 3번씩,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나는 환자들이니 진짜 제 가족 같죠. 늘 같은 환자를 대하니까 환자의 상태를 아주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이게 바로 다른 과와는 달리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권위의식 없이 편안한 동네 주치의
연세대의대에서 신장내과를 전공한 노 원장은 지난 2002년 모란역 부근에 연세제일내과를 개원한 후 한자리에서 10년째 진료 중이다. 환자 10명 중 8명 정도가 혈액투석 환자인데, 나머지는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다. 편안한 인상에 차분한 말투, 꼼꼼한 진료로 단골환자가 유난히 많다. 몇 년 전 맹장수술 때문에 2박3일간 병가를 냈던 적이 있는데 환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병문안을 왔을 정도다. 환자들과 세월을 함께 하면서 보다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일, 바로 그가 바라던 그의 적성에 맞는 일이다.
“사실 제가 하는 내과 진료라는 게 수술 한 번으로 드라마틱한 치료결과를 얻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하루하루 환자들과 만나 진료하고 얘기하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친해지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친해지고 그런 게 행복인 것 같아요.”
그의 표현처럼 ‘동네 아줌마 같은 의사’ 노 원장에게는 권위의식이란 찾아볼 수 없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물 흐르듯 한없이 편안한 편이다. 엄마로써 자녀의 선택과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 그의 제1원칙. 세브란스 수련의 시절 만나 결혼한 분당차병원 감염내과의 홍성관 교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노현정 원장의 ‘혈액투석환자 영양가이드’
염분 줄이고, 닭고기 두부 등 단백질 늘려야
혈액투석을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투석과 투석 사이에 노폐물이 위험수준까지 축적될 수 있어 식사조절이 필수다. 단백질 나트륨 칼륨 인 수분 등을 제한하게 되는데, 투석 중 손실되는 단백질과 수용성비타민의 보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투석 빈도나 신장의 잔여기능, 환자의 체격에 따라 식사요법이 달라진다. 다음은 노현정 원장의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영양가이드.
1. 식사할 때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류, 계란, 두부 등 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충분한 열량을 챙길 것.
2. 소금 성분의 나트륨은 체내 수분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혈액투석 환자에게 과다한 섭취는 절대 금물. 투석과 투석 사이에 나트륨이 배설되지 못하므로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몸이 많이 붓고 혈압이 올라가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3.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제한하고, 김치 장아찌 젓갈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을 피할 것.
4. 국이나 찌개를 먹지 않는 것도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 짠 맛 대신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을 활용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5. 채소의 속이나 잎보다는 껍질이나 줄기에 칼륨이 많으므로 껍질을 벗기거나, 잎만 사용한다.
6. 칼륨 섭취를 줄이려면 채소의 10배 이상의 미지근한 물에 채소를 2시간 이상 담갔다가, 물을 버리고 다시 미지근한 물에 몇 초간 담가 헹궈 조리한다.
7. 나물 등을 삶을 때는 재료의 5배 되는 물에서 삶아낸 후 삶은 물은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물을 넣어 조리한다.
8. 인을 제한하려면 현미, 잡곡보다는 되도록 쌀밥 위주로 섭취한다.
9. 호두, 땅콩, 잣 등 견과류를 제한한다.
10. 수분섭취는 투석과 투석사이에 과도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평균 1일 소변량 +500㏄ 정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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