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사랑한 소년, 우주를 품는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다
지난 9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제16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IAO)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대회 우승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으며, 참가한 학생 전원이 메달을 수상했다. 물론 참가학생 대부분이 과학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다. 그런데 과학고도 영재학교 학생도 아닌 유일한 중학생 참가자가 있었다. 바로 백석중학교(박경순 교장) 3학년 주성준 학생이다. 주성준 학생은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주니어부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과학고나 영재학교 재학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반 학교 학생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도전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한 주성준 학생을 만났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Q> 천문 올림피아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련된 책이나 퍼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인터넷 독후감 쓰기에 참여해 천체망원경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마추어용이지만 그 망원경은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지역에 있는 어린이 천문대를 2년 정도 꾸준히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천문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우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중학생이 된 후 좀 더 심화된 공부를 하기위해 천문 올림피아드에 도전하게 됐지요. 2번에 걸쳐 한국 천문올림피아드에 참가했고,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카자흐스탄에서 금메달을 받게 됐습니다.
Q> 올림피아드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참가했습니다. 겨울학교 선발은 지필고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당시 장려상을 받아 참가하게 됐지요. 그 때 선배참가자들이 가져 온 천문에 관련된 두꺼운 책들과 방대한 내용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천문을 관측으로만 생각했었거든요. 처음 만난 깊고 방대한 천문 이론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다음 2학년 겨울학교에는 제가 선배들이 가져 온 책들(기본천문학,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을 들고 참가하게 됐습니다. 내용은 어려웠지만 천문에 대한 공부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한국대표로 뽑히게 됐지요. 이 후 여름학교와 최종교육을 통해 대회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 봄으로써 문제유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고, 탄탄히 실력을 쌓아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올림피아드를 소신껏 준비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가기위한 스펙, 또는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으로 올림피아드에 도전했다면 저는 금메달은 물론 국가대표도 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계절학기에 참여하면서도 ‘한국대표가 돼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경험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저에겐 더 중요했습니다. 한국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됐을 때도 메달 생각보다는 세계의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습니다. 보통 올림피아드 준비를 하다 보면 내신 성적에 소홀해 지기 쉬운데, 올림피아드 때문에 내신에 영향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만큼 시간을 잘 활용해 공부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올림피아드와 내신,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요?
천문을 공부하다보면 천문 지식뿐 아니라 그 지식을 이용하기 위한 수학과 물리의 중요성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수학과 물리공부도 천문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국제올림피아드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영어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천문분야는 천체역학 파트입니다. 천문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있는 과목은 물리입니다. 그래서 천문과 물리의 교집합인 천체역학 분야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의 꿈은 천체물리학자입니다. 틀에 박힌 지식만 고집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과학자, 세상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2012년도 국제 천문올림피아드에 국가대표로 다시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제 꿈에 좀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 성준학생은 방학이 늘 부족했다.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캠프를 떠나, 방학 내내 다양한 캠프에 참여한 후, 개학할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왔다. 캠프를 통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의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었다. 이번 국제천문올림피아드를 통해 세계의 친구들까지 사귀게 됐다. 스스로도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축구와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과 컴퓨터게임,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도 중요시 여긴다. 언제 공부할 시간이 있었을까 싶다. 아님 혹시 천재 혹은 영재? 어머니 박현정씨는 절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대신 집중력과 몰입해 빠져드는 능력이 성준이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한다. “공부는 1~2년하고 말 것이 아니라 10년 혹은 20년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아이들에게 쉴 틈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쉴 틈이 있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엄마 잠깐 별 좀 보고 들어갈게요”하며 전화를 건 아들. 유성을 보기 위해 기다리며 별과 목성의 사진까지 찍고 집에 돌아온 시간이 새벽 2시반이란다. 당장 눈에 들어나는 시험 성적보다 아이의 미래를 믿고 기다려준 엄마. 엄마의 그 마음이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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