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2011 그랜드슬램달성에 빛나는 고양시청 세팍타크로팀

지역내일 2011-10-25

비인기종목 설움 딛고 희망의 노란 공을 차다

 고양시청 세팍타크로팀(감독 이기훈)은 강팀이다. 2011년 종별선수권대회, 전국선수권대회, 회장기대회와 실업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부산환경공단팀에 아깝게 3대 2로 패하기는 했지만 올해 주요 5개 대회 가운데 4곳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짱짱한 실력을 자랑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족구의 형님이 세팍타크로라는 사실 아십니까?
 세팍타크로란 말레이시아어인 ‘세팍’(발로 차다)과 태국어인 ‘타크로’(볼)가 합쳐진 합성어로서 ‘발로 볼을 차다’란 뜻이다. 15세기경 동남아 궁정경기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네트 없이 원안에서 볼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얼마나 많이 발이나 머리로 튀겼는지 숫자를 세는 것이었다. 1965년에 동남아시아게임 종목으로 선정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기종목이 되었다. 한국에는 1960년대 말경 월남전을 계기로 전파되었으며 ‘발배구’나 ‘족구’라고 불렀다. 경기 규칙은 코트 양쪽 편에 서서 손을 제외한 몸으로 상대방 쪽으로 볼을 넘기는 것이다. 볼이 땅바닥에 떨어트리면 점수를 잃는다. 
이름이 낯설어 생소한 종목처럼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세팍타크로는 대중적으로 매우 친숙한 족구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비인기종목이지만 태국에서는 대중적인 종목으로 매우 사랑받는다. 태국의 세팍타크로팀 선수들은 우리나라 프로축구선수들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 인기만큼 실력도 높아 세계 최강팀으로 꼽힌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널리 즐기니 선수층도 두껍다.

세팍타크로 강자, 고양시팀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업 11개 팀, 고교 23개 팀, 대학은 6개 팀, 중학교 2개 팀이다. 그나마 대학팀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중학 팀이 적은 것은 소년체전 종목에 들어가지 않은 탓이 크다. 고양시청 이기훈 감독은 “태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4강안에 드는 실력”이라면서 “태국을 꺾으려면 적어도 중학시절 부터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인기 종목으로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고양시 팀은 단연 두각을 나타내 왔다. 세팍타크로는 한 경기에 3명의 선수가 뛴다. 고양시 선수들은 모두 다섯 명이다. 임안수, 권혁진, 이명중 선수는 국가대표다. 이준호 임안수가 맡고 있는 공격수와 권혁진 이종익이 맡은 서비스 포지션은 국내에서 랭킹으로 따지면 1위라 할 만큼 실력이 탄탄하다. 저동고 출신의 이명중 선수는 키는 작지만 순발력과 볼 컨트롤이 좋다. 임안수는 공격력 블로킹이, 서비스 권혁진 선수는 서브 성공률과 강도가 좋다.
국가대표 선수 3명을 보유하고 탄탄한 팀워크로 뭉친 고양시 팀은 국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발군의 실력을 자랑해 왔다.

가족 같은 끈끈함, 단합이 좋은 실력 비결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이라도 우리는 즐겁게 운동한다”며 웃는다. “고양시가 선수들을 위한 복지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여 자랑스럽다”는 선수들. 덜 알려진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을 단련시키며 최고의 자리에 섰기 때문일까, 선수들의 발언에는 나이에 비해 무게감이 실려 있다.
선수들은 대부분 중3때쯤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세팍타크로를 접하게 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종목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운동을 한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 왔다. 비인기 종목을 지킨다는 자부심도 강하다. 선수들은 “고양시가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잘 대해줘 다른 지역 선수들이 부러워한다”면서 “특히 라페스타가 있어 좋다”고 웃는다.
다섯 명의 선수들은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운다. 팀 경기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 가족처럼 다져진 끈끈함을 기본으로 고양시 팀은 탄탄한 팀워크를 쌓는다. 선수들이 맺은 평상시 관계는 경기에서 실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선수들은 누구보다 단합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훈련은 혹독하게, 경기는 편안하게
 발을 쭉 뻗어 넘기는 동작이 많아 선수들은 유연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기훈 감독에 의하면 선수들은 이미 고교 시절부터 체력적인 단련이 되어 있는 상태다. 세팍타크로 선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는 강제성을 띠고 체력적인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일반인들이 세팍타크로를 접하고 즐기기란 쉽지 않다. 생활체육인이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유연성을 기본기로 볼을 다루는 기술도 몇 개월 정도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고양시 팀의 훈련을 구경하며 응원할 수는 있다. 고양시청 체육관에 찾아가면 세팍타크로 팀을 만날 수 있다.
 선수들은 “재미있게 관람하려면 응원하는 팀을 정하고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장 재미있게 경기를 보는 사람은 바로 선수들의 부모님”이라는 농담도 곁들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웃을 수만은 없다. 피땀 흘려 훈련한 자식의 모습을 장난삼아 구경하는 부모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고양시 선수들은 대부분 느긋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기훈 감독은 “평상시 훈련은 실전처럼, 경기가 다가오면 오히려 편안하게 해주는 편”이라고 말한다. 

미니인터뷰 이기훈 감독
 “우연히 들어선 세팍타크로,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이기훈 감독은 2009년부터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어 은메달을 따냈다. 국내에 세팍타크로가 도입된 초창기에 그는 상무의 태권도 선수였다.  세팍타크로 선수를 뽑는다기에 지원했다 발탁되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제대 1년 남겨놓고 편안히 지내다가 제대하자는 생각이었을 뿐인데 이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죠.”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2002년 저동고 팀을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8년 역시 우승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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