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인성의 성장판 디베이트!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공교육과 사교육, 심지어는 논술까지 암기 일색이다. 주입식, 암기식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음은 이제 분명한 현실. 우리 지역에서도 토론 교육이 화두다. ‘왜’ ‘어째서’ ‘어떻게’를 즐겁게 따지면서 나와 친구들이 주체가 되어 신나게 공부한다는 지역 내의 토론교육 현장을 들여다봤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보평초 디베이트 동아리 ‘시원(see one)’
마법의 디베이트, 행복한 수업
“간접체벌을 해서라도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선생님과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간접체벌이라도 인권을 침범하므로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 보평초 6학년 5반에서는 ‘학교에서의 간접체벌을 허용하여야한다’ 는 주제로 토론이 한창이다.
보평초 디베이트 동아리 ‘시원’ 멤버들이 매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눠온 지는 5개월째.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동아리 카페에 올린 자료를 참고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나누고 의견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하나로 본다, 시원히 큰 틀을 보자’란 뜻의 ‘시원(see one)’은 학부모 김경미(43·백현동)씨가 지도하고 있다.
“저희 학교에는 학부모의 재능기부 형태인 학습지원단이 활성화 되어있어요. 1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협상과 기획, 말하기 등 디베이트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죠. 전업주부가 되면서 사교육 없이 아이와 공부하려고 양성자 과정을 수료했고 재능 봉사 차원에서 동아리를 지도하게 되었어요.”
나와 친구들이 주체돼 신나는 공부~
‘시원’은 결성부터 달랐다. 엄마가 권유하고 아이들은 억지로 참여하는 것을 막고자 선생님들께 취지 설명을 부탁드린 후 아이들 스스로 신청토록 한 것. 자연 결석생이 없고 장시간의 토론이나 준비에도 적극성을 띤다.
지난 7월, 1학기 마지막 수업에는 저개발 아이들에게 줄 ‘서책 만들기’ 봉사활동도 했다. 기아대책 본부를 통해 전달한 서책만들기 역시 봉사의식 함양을 위한 디베이트 교육의 일환.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발적으로 남아 봉사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시원’ 멤버 모두는 동아리에서 행사기획과 홍보, 회계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역시 배려와 협동심, 자율성을 키우기 위함이다.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데 동원되는 것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능력이에요. 토론은 이 4가지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습득한 지식을 매 순간 통합해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과정이지요. 문제해결력과 주도성이 향상된 모습, 얘기한번 못하던 친구가 스스럼없이 스피치를 하는 변화 등 디베이트의 효험을 매순간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전학 와서 모든 것이 낯선 우리아이가 디베이트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기의 생각을 키워가는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의진맘)
-디베이트를 접하면서 생각이 확장되고 유연성이 생기는 등 아이가 한 뼘쯤 자랐습니다. 이렇게 유익한 동아리에 초기 멤버로 활동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정무맘)
-나에게 디베이트란? - 생활의 즐거움(신원영), 1주일 168시간이 아깝지 않은∼∼(위의진), 일상의 일부다(황순규), 생각 팩토리(박수진)
삼평중 방과 후 수업 ‘디베이트 반’
“선생님이 먼저 듣고 토론수업 개설했죠”
삼평중학교 수요일 수업은 여느 날보다 일찍 끝난다. 경기도 교육청의 ‘배움과 실천 공동체’ 학교로 지정돼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 올해 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으로 도입된 디베이트 수업은 이 같은 교사 연수를 통해 개설됐다.
“수업 방식을 바꾸는 일환으로 연수를 받았어요. 토론 수업은 교사가 먼저 이해해야 유도할 수 있잖아요. 연수 후에 선생님들이 디베이트 시현을 하는데 정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깜짝 놀랐지요. 아이들도 배우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하게 됐습니다.” 삼평중학교 김옥희 교장의 설명이다.
2층 디베이트 교실, 성시현(15) 학생의 ‘사형을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는 주제 입안을 듣는 학생들의 눈과 손이 바삐 움직인다. 반박과 자기주장을 펼치려면 경청과 메모는 필수. 교사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이 아닌 본인들이 주도하는 방식이라 어느 수업보다도 진지하고 반짝이는 눈빛이다.
디베이트 반을 맡고 있는 김미숙 코치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수업이기에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며“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기된 표정의 유지은(15)양은 “주제는 현실과 가까워 어렵지 않은데 제한된 시간 내에 논리를 전개하는 게 익숙치 않다. 자료조사가 미흡해 반박이 어려웠던 점도 보완할 부분”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김현지(15)양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와 신문을 꼼꼼히 읽게 된 것이 바뀐 내 모습”이라며 “친구들의 다른 의견이 때로는 신선하게 느껴진다”며 활짝 웃었다.
미니 인터뷰 -삼평중학교 김옥희 교장
토론 교육은 꾸준해야 빛나는 법
“디베이트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고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발표해야 하므로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훈련, 즉 공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습득할 수 있지요.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어 이후 사회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할 유용한 수업입니다.”
국어 전공의 김옥희 교장은 현재 성남교육청 ‘독서토론 비평 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토론대회 심판을 맡을 정도로 디베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평중학교 교사 대상의 디베이트 연수와 방과 후 수업을 개설했을 뿐 아니라 ‘독서토론 비평 연구회’ 소속 교사 대상의디베이트 강연을 주최했을 정도. 바쁜 학기말이었음에도 학교마다 한 두 명의 교사가 참석해 토론 교육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한다.
“토론 수업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이해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시험과 결석 등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요. 하지만 디베이트 교육은 지속성과 연계성이 중요합니다.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공교육으로 확산해야 할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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