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고등학교 연극부 동아리 ‘나르샤’

지역내일 2011-10-24 (수정 2011-10-26 오후 3:36:08)

모여라, 그대 꿈꾸는 자들이여
 
가을빛이 은행잎을 하나둘 금빛으로 물들이는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정에 떨어진 노랑은행들이 바닥에 뒹굴며 아무렇게나 밟혀도 학생들은 연신 부산하게 웃어 재낀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고등학교의 시청각실 한편에선 연극부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저마다의 꿈들을 그렇게 부산하게 펼쳐놓는다.
“연극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알았어요.”
“여럿이 모여 대본도 만들고, 서로 부딪히면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해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연극은 양파처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매력이 있어요.”
주인공 조철중은 하굣길에 우연히 잘나가는 연예인과 만나게 된다. 그 순간 그동안 애써 감춰놓았던 꿈의 씨앗이 발아하는 걸 느낀다. 아들이 의사나 판사가 되기를 소망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중은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며 좌충우돌하게 된다.
백암고 연극부 동아리 ‘나르샤’가 맹 연습중인 ‘마음속의 비행기’라는 작품의 이야기이다.
3년 전 학생들 스스로 연극부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측의 비협조(?)와 무(無)지원 속에서도 꿈들을 가꿔나가고 있는 학생들. 18명 회원 모두는 그렇게 연극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있었다.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
11월 13일. 백암고 연극부 학생들이 칼날을 갈고 있는 날이다.
사단법인 탁틴내일에서 주관하는 제7회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와 함께하는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에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 하는 날이기 때문.
지난해엔 참가 상에 그쳤지만 올해는 1등인 대상을 꼭 받아야 한다는 절실함 속에서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사실 학교 측의 도움이 전혀 없이 저희들 자체적으로 만든 동아리다보니 모여서 연습할 공간조차 없어요. 학교 끝나고 모여서 장소 물색하느라 1~2시간 허비하고, 그래도 구하지 못해 그냥 헤어진 적도 많았죠. 이번에 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으면 학교에 당당히 요구하려고요. 우리도 제몫을 해내고 있으니 알아봐 달라고요.”
연극부 기장인 양윤호(고2)군의 설명이다.
사실 이번 연극은 윤호 군의 역할이 컸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장래 꿈이 배우였던 윤호군은 방과 후에 서울에 있는 연기학원에 다니며 미래를 다져나가는 배우 지망생이다.
이번 연극의 대본과 연출을 맡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장으로서 책임도 기꺼이 해내고 있는 당찬 학생.




저마다의 인생과 비슷한 연극의 힘
그런가 하면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인 철중 역을 맡은 임종희 (고1)군은 대본에 나오는 주인공의 삶과 자신의 삶이 너무나 일치해 연기에 몰입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도 배우가 꿈인데 부모님 반대가 심하세요. 그래서 주인공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 몰입이 쉬웠어요. 다만 대본의 주인공은 공부를 잘하지만 저는 못한다는 것만 빼고요. (웃음) 그래서 처음부터 자진해서 주인공 역할을 하겠다고 했죠. 원래는 관례상 2학년 선배들이 주인공을 맡는데 제가 우겨서 하게 됐어요. (웃음)”
중학생 때 우연히 연극을 보고 영혼의 울림을 느꼈고, 그때부터 배우를 꿈꾸며 됐다는 종희군. 대사에 녹아있는 주인공의 슬픔과 기쁨의 감정들이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다가와 지금 이 순간 꿈이 실현되고 있는 듯 벅차다.
‘청소년’이 주제인 이번 연극제는 백암고 연극부 동아리 학생들에겐 유쾌한 도전의 기회다.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
꿈이 직업 군인인 장상준(고2)군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책임감과 함께 친구간의 의리, 또 연습을 하면서 서로 어우러져야 무대가 펼쳐진다는 것을 배우며 세상을 이해하는 연습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연극을 하려면 주인공부터 조연, 무대를 책임지는 스텝들, 조명, 음향 등 모두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있어요. 이런 과정에서 역할을 나누는 법, 서로에게 책임지는 법, 그리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연결고리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연극은 문제아도 춤추게 한다
“모였다하면 그 아이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연극부의 문제아가 있었어요. 하여간 이러 저리 문제를 일으키고 집중에 방해가 되는 친구였죠. 어느 날 전문 강사선생님이 오셔서 연기 지도를 해주셨는데 그 자리에서 뭔가 느낌을 받았나 봐요. 그때부터는 솔선수범해서 연기연습에도 열심이고, 문제도 적게 만들고 하는 걸 보면서 연극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구나 싶었어요.”
이렇듯 저마다의 개성과 꿈들을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분출하고 있는 백암고 연극부 동아리의 힘찬 비상이 11월 13일, 바로 진짜무대 위에서 위대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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