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구불구불, 다리에 지렁이가 기어가요
온몸에 퍼져있던 혈액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보내진다. 이때 정맥에 있는 판막이 손상되면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피가 거꾸로 쏠리게 되고 정맥의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불거져 나오게 된다. 이것이 다리에 생기는 질환이 바로 ‘하지정맥류’다.
다리와 종아리, 허벅지 등에 구불구불한 핏줄이 두드러지는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약해지는 중장년층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량 많다.
방치하면 출혈 정맥염 피부궤양 혈전증 등 합병증 생겨
“여성 중 특히 임신부의 60~70%가 다리정맥 순환장애를 겪습니다. 태아가 커질수록 복부의 혈관을 눌러 다리 쪽에서 올라오는 정맥의 흐름을 방해하는데다 체내 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죠.”
분당 구미동 좋은하루외과의 조상훈 원장(50 혈관외과 전문의)은 하지정맥류는 일단 발생하면 다시 좋아지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정맥류는 겉으로 보기 흉할 뿐 통증이 없으니 발이 붓고 피곤한 정도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문젭니다. 대부분 나이가 들수록 몸이 불편해지는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발병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만성이 되면 출혈, 정맥염, 피부궤양, 혈전증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는 레이저를 이용한 혈관치료법을 비롯해 정맥류가 있는 부분에 혈관경화제를 주입해 정맥류를 없애는 비수술적 혈관경화요법, 하지정맥류 제거술,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 등이 쓰인다.
“우선 혈관초음파 등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이 이뤄진 후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굵은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레이저 치료가 불가피하죠. 레이저 치료는 정맥류가 있는 부분만 국소마취를 한 후 혈관 안으로 레이저 선을 넣어 망가진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입원할 필요 없이 30~40분 정도 시술 후 귀가할 수 있어요.”
가족력, 비만, 변비, 운동량 부족 등이 원인
조 원장은 하지정맥류 초기에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는다면 어느 정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 부기와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술 환자들에게도 수술 후 6주간은 압박스타킹을 반드시 신도록 하고 있다.
“압박 스타킹을 신으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 통증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지 않도록 해야 하고 1~2시간에 한 번 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죠. 비만과 변비, 운동량 부족도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생활습관만 바꿔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변비와 비만에 주의하고, 몸에 꽉 끼는 옷이나 앉을 때 다리를 꼬는 습관을 자제하는 것 등이 정맥류 악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하지정맥류에 걸리기 쉬운 임신부의 경우 평소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고, 밤에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로 올리는 습관으로 정맥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초진환자에게는 20분 넘게 자세히 설명
“겉으로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정맥류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가족 중에 정맥류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초음파 혈류검사를 받아 조기에 진단받는 게 중요합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니까요.”
조 원장은 하지정맥류라는 질환에 대해 환자의 정확한 이해와 협조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초진환자를 볼 때 하지정맥류에 대한 설명으로 꼬박 20여분 이상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뭘 또 설명하냐고 짜증내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환자에게는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는 게 제 지론입니다.”
조 원장은 가천길대학을 거쳐 미국 필라델피아, 피츠버그대학 등에서 전문의 경력을 쌓은 후 대학 동기인 한승태 원장과 함께 지난 2002년 병원을 개원했다. 좋은하루외과는 정맥류와 대장항문질환만을 특화시킨 전문병원으로 지역 주민들의 신뢰가 두텁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하지정맥류 예방 및 관리 Tip
* 체중조절 및 다리근육운동: 비만은 심장 동맥 정맥 모두에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체조 산책 자전거 수영 등의 운동을 통해 체중조절 및 다리근육 운동을 해 준다.
* 의료용 압박스타킹 신기: 전문의의 도움 없이 아무 것이나 착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혈관외과 전문의로부터 처방받아 착용하도록 하고 잘 때는 벗는다.
*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린다: 가능하면 심장보다 15~30cm 높게 자주 다리를 올려준다.
* 냉수 샤워: 하루 1~2회 다리 아래에서 위로, 바깥쪽에서 안쪽 순서로 찬물 샤워를 해 준다.
* 꽉 조이는 옷은 금물: 조이는 옷은 정맥의 흐름을 차단하므로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는 자세를 피할 것: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 말고 자주 다리를 움직여 다리근육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
* 너무 뜨거운 곳은 금물: 사우나나 일광욕 등 너무 뜨거운 곳은 피하고 특히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 변비예방: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게 좋다.
* 짠 음식 금물: 염분은 혈관을 약하게 함과 동시에 물을 저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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