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연극축제 참가하는 수원여고 ‘수레’

너희들의 꿈에 건투를 빈다!

지역내일 2011-10-24 (수정 2011-10-24 오전 12:07:49)

꿈이 뭐니? 뭐가 하고 싶은데? 요즘 청소년들이 자주 듣는 질문일 터. 그러나 막상 내 꿈은 내 것이 아닌 사회의 시선이나 부모님의 기대로 정해져버리곤 한다. 다음달 11~13일에 제7회 청소년연극축제 한마당에 참가하는 수원여고 연극부 ‘수레’는 ‘건투를 빈다’에서 소리 높여 말한다. 나의 꿈을 꾸게 해 달라고. 자신의 소중한 꿈에 대한 그들의 얘기, 지금 들어본다.

 
자식은 부모의 욕망을 욕망한다
연극 ‘건투를 빈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얘기다. 주인공 은혜의 언니 수인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던 모범생.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왔지만 취직이 안 돼 집에서 놀고 있다. 은혜는 언니와 다르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데 엄마는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한다. 연극은 은혜가 꿈을 이루도록 허락받으며 끝을 맺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부모와 그런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과연 누가 승리할까?
 “주위 친구들을 보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피아니스트를,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회계사를 꿈꾸는 친구도 있었고요.” 나현(고2)은 자신의 꿈이 있더라도 포기하고 사회 분위기나 부모님의 생각을 따라가는 친구들이 안타까웠단다. 그러다 우연히 라캉의 ‘자식은 부모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는 말을 알게 됐고, 부모의 것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다. 소재와 캐릭터를 정하고도 6개월간 3편의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구상하다 마침내 ‘건투를 빈다’를 탄생시켰다.


연극은 자신의 역할에 책임져야 하는 또 하나의 오케스트라
하지만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연극의 특성상 서로 맞춰보고 함께 연습하는 것은 중요한 일.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나 각자의 사정으로 연습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연극부 수레 부원들은 연극에 대한 사랑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 이미 지난 9월 학교축제 때 극을 선보여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연극축제 한마당에 대회에도 참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선(고1)은 선배와 후배가 잘 화합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과 그들의 실수를 감싸주고 빛내주는 스텝들의 노력이 오늘의 수레를 굴러가게 하는 힘인 것 같단다. 경아(고1)는 연습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을 그토록 연극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이유가 궁금해졌다. 상은(고1)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사람 감정의 세세한 부분을 알 수 있어 매력적이란다. 예지(고2)는 힘든 연습과 공연 뒤에 오는 성취감,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임을 알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연극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수레의 대부분 부원들은 자신감을 얻고 책임감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단결을 해야 하니 저절로 팀워크를 배울 수 있다’ 는 주아(고1)의 말도 체험에서 얻은 값진 교훈일 것이다. 그들은 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한 파트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훌륭히 무대를 마칠 수 없다는 것을.


연극이 내 삶에 들어 왔다, 그리고 꿈을 주었다
‘건투를 빈다’는 내 꿈을 향해 가는 얘기. 연극을 하는 동안 부원들은 실제 자신의 진로나 부모와의 갈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은(고1)은 엄마 역할을 하다 보니 ‘엄마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단다. 화서(고2)의 경우는 연극 연습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자 엄마의 반대가 심했다. “엄마들의 걱정하는 모습은 비슷할 것 같아 지은이에게 연기조언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제 역할이 엄마의 뜻대로 공부만 했지만 꿈을 펼치지 못한 수인 역이라 그런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꿈을 이루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무명 배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연기자의 꿈을 반대하던 엄마를 떠올렸다는 예지(고2). 연출가를 꿈꾸는 딸에게 훌륭한 대본을 쓰라며 노트북도 사주긴 했지만, 연극 때문에 방학 내내 학교에 가는 것은 걱정하셨다는 나현(고2)이. 이 둘도 확고한  의지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란다.
그들의 꿈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그 꿈을 지원받지만 누군가는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승리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연극 속의 은혜처럼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란다. 그들의 꿈에 건투를 빌어 본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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