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人-에이블아트센터 장병용 이사장

"장애인 예술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봅니다"

지역내일 2011-09-28 (수정 2011-09-28 오후 10:01:49)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힘든 삶을 지탱해 주는 근원임에 틀림없다. 여기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이 있다. 특히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예술에서 가능성과 원초적 생명력을 본다는 이 사람, 에이블아트센터 장병용 이사장이다.


에이블(able)과 디스에이블(disable)은 차별이 아닌 차이일 뿐
그를 만난 곳은 금곡동에 자리 잡은 장애인종합문화예술 공간인 에이블아트센터. 에이블아트의 의미를 묻자 1970년대 일본 ‘민들레의 집’에서 시작된 장애인문화예술운동이란다.
“‘장애인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서 출발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무능력한, 불가능한(disabled)존재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서 그들만의 또 다른 가능성(able)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사실 우리의 현실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에 익숙하다. 하지만 에이블아트는 장애를 차별로 보지 않고 차이로 인정할 때 새로운 아름다움은 창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독특한 형태로 표현되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예술관과 가치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예술 활동으로 인간의 존엄을 얻게 된다.
“장애인들의 작품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원초적인 생명력,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그들의 작품 속에 담겨진 아름다운 덕목들은 병든 세상을 치유하고 정화시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장애 예술의 힘에 대한 남다른 신념과 예술을 통해 그들을 세상의 중심에 세우려는 의지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에이블아트의 정신을 이어갈 에이블 아트센터
그의 음성이 또 한 번 나직이 울린다. “84년 여주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지요. (장 이사장은 등불감리교회 목사이기도 하다) 그때 미술에 천재적 재능이 있는 장애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에게 세상은 맞서 살아보려 발버둥 쳐도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했습니다. 어느 하루, 제게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차디찬 남한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시신을 찾으러 1주일을 헤매면서 장 이사장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단다. 그 친구처럼 죽어가는 삶을 살려내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장애의 고통으로 점철된 저들의 삶을 아름답게 살려내겠다고….
그의 다짐은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 구체화돼 갔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한국에도 장애인문화예술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에이블아트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며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할 에이블아트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심한다. 2000년부터 6년간 바자회를 열었고, 이 외에도 자선전시회, 네 손가락피아니스트 희야의 희망콘서트, 월드가수 비의 자선콘서트 등등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3년여의 공을 들인 후 드디어 2011년 7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인 문화예술공간이 문을 열게 됐다.
“에이블아트센터는 복지적 측면에서 장애인에게 접근하지 않아요. 이들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신의 느낌과 꿈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뿌리내리길 기원합니다.”


지금 시작이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하여
장병용 이사장, 그는 참 바쁜 사람이다. 이사장으로 에이블아트센터를 꾸려가면서도 목회활동을 하는 목사, 협성대학교 겸임교수, 문학가이기도 하다. 어쩌면 남한강 어디쯤에선가 눈물을 삼킬 때부터 분주한 삶은 소명이 됐으리라.
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그는 오늘도 장애인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 앞에 선보인다. 에이블아트센터에 상주하며 꿈을 펼칠 ‘장애인 신진작가’ 10명과 작업을 도울 ‘아트 서포터즈’ 10명을 함께 선정했다. 이들에게 음악, 미술, 문학, 멀티미디어 등 각 장르별로 문화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전문 예술가로의 꿈을 펼치게 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예술작품 판매와 저작권을 보호해줄 에이블아트 컴퍼니도 계획 중이란다. 또한 비장애인과의 소통을 통해 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곳으로 센터를 키워갈 생각이다. 일반 장애인들과 지역민들을 위한 단기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하나 되기 위한 하우스콘서트는 이미 한 달에 한 번씩 열고 있다. 다음 달 5일에는 장 이사장이 기대하는 큰 행사가 막을 올린다.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축제인 ‘제2회 대한민국 장애인 음악제’가 바로 그것. 경기도문화의 전당에서 국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감동과 어울림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예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고자 애쓰지만 세상의 벽 앞에서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장병용 이사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늘 ‘지금이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힘은 들어도 내가 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죠. 장애인들의 예술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은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는 일이라 믿기에 다시 한 번 힘을 얻어 봅니다.”

문의 에이블아트센터 070-8672-1077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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