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한창이라는 게 아마도 요즘 전국의 공통된 농촌 풍경일 터.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에 가까운 춘천은 그 덕분에 차를 타고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맑고 푸른 가을하늘과 나무 그리고 논과 밭의 전원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콘크리트 아파트 숲에서 그동안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기 바빴던 아이들에게 정겹기만 한 농촌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이것저것 체험할 기회도 그만큼 많다. 그런데 농촌의 모습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각각의 마을 형태나 아니면 재배 작물에 따라 서로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춘천시 남산면 광판3리 마을정보센터에서 진행하는 ‘2011 섬배정보화마을 목화 체험’. 조금은 특별한 농촌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머, 나무에 솜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이른 오전시간인데 조용한 농촌마을이 꽤 분주하다. 아빠 엄마와 함께 목화 체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활력을 더한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단순히 체험학습이기보다는 가족들의 소풍에 가까울 것 같은 유쾌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면 아이들에게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고려시대의 학자이자 문신인 문익점이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붓대 속에 목화씨를 숨겨왔다는 이야기며, 암기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듣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곧이어 목화 따기 체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목화솜을 발견한 아이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섬배정보화마을 위원장님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교과서 밖의 살아있는 생생한 지식을 얻고 있는 순간이다. 솜이 되기 전 목화 열매인 다래의 달콤하고도 쌉쌀한 맛도 느껴보고 직접 내 손으로 목화솜도 따면서 아이들은 놀이 이상의 즐거움을 맛본다.
씨는 씨대로 솜은 솜대로, 씨를 빼는 ‘씨아’
목화밭에서 딴 솜은 일차적으로 ‘씨아’ 또는 ‘씨앗기’라고 불리는 기구를 통해 씨는 씨대로, 솜은 솜대로 나누는 과정을 거친다. 최승란 체험 프로그램 관리자의 진행으로 참가한 가족들이 각각 씨아 앞에 앉아서 손수 이 작업을 진행하며 솜에서 씨가 골라져 나오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리고 모아진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솜을 미리 나눠준 각자의 곰돌이 인형의 배에 잔뜩 채워 동글동글한 나만의 곰인형으로 완성하게 된다. 처음엔 씨아를 힘들게 돌리던 아이들이었지만 어느새 새하얀 솜으로 뽑아져 나오는 과정이 그저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모든 가족이 함께 체험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는 김은주(속초시, 43)씨는 “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TV에서는 종종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라면서, 특히 씨아 작업은 아이들보다 자신이 더 흥미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참신한 프로그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단다. 아이들 체험학습을 위해 전국 각 지역을 찾아다닌다는 그녀는, “이 프로그램 때문에 춘천을 방문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워 춘천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농촌체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이곳 섬배정보화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목화체험 외에도 다양한 농촌체험(전통농기구), 전통놀이체험(투호, 굴렁쇠)을 할 수 있는가 하면 힘 좋은 트랙터가 끄는 특수차량을 타고 덜컹덜컹 마을관광을 하는 코스도 준비돼 있다. 이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 만나는 마을 개울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가하면 가재나 다양한 곤충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처음 출발했던 코스로 되돌아오면 꿀맛 같은 점심식사가 기다린다.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농촌마을에서 준비한 정성이 가득한 야외 점심식사. 이 마을에서 재배된 유기농 채소들로 이루어진 식단이기에 엄마도 아이들 못지않게 덩달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전은주(서울 송파구, 45)씨는 “목화 체험도 좋지만 농촌을 느낄 수 있어서 이 가을에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이었다”며 “깨끗한 농촌마을의 모습과 친절한 마을사람들의 배려에 참가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아서 농촌 체험에 있어 매년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코스”라고도 했다.
중식을 포함해 체험비가 2만원(10인 이상 단체는 18,000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목화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농촌체험 및 전통놀이 체험프로그램이 10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 250-4460 seombae.invil.org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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