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친구들 곁에서 감동과 감사, 행복을 배운답니다”
가을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뜨거웠던 여름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뜨거운 여름, 낯선 곳을 찾아가 만난 사람들. 먹고 사는 일의 힘겨움이 가득했지만 누구보다 해맑은 눈동자를 가진 순박했던 그들.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는 정발고등학교 2학년 박현선 학생을 만났다. 박현선 학생은 지난 7월 9박10일로 인도 방갈로 마을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방갈로 마을은 인도에서도 제일 가난한 마을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해외봉사활동은 처음이지만 박현선 학생은 자원봉사를 생활의 일부처럼 실천하고 있었다. “학생이라면 꼭 공부를 해야 하 듯, 자원봉사도 공부처럼 하고 있다”는 박현선 학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국중고생 자원봉사대회 은상 수상
인도에서의 열흘은 빨리 흘러갔다. 고아원을 방문해 벽화를 그리고,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쳐 주었다. 운동장에 돌을 치우고 시멘트를 까는 일명 노가다도 했다. 비위생적인 부엌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가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했다.
“봉사활동을 다니며 우리나라에서도 가난한 아이들을 많이 보긴 했는데, 인도의 아이들은 더 힘들게 살고 있었어요. 물론 우리나라의 아이들도 도와줘야겠지만 가난 속에 힘들게 살고 있는 세계의 아이들도 꼭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답니다. 아이들이 가난에 좌절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박현선 학생에게 해외봉사는 장소만 달라졌을 뿐 늘 하던 봉사활동의 연장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언니가 활동하는 단체를 따라다니며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진행하는 장애우 돌보미 ‘어깨동무’에 가입해 중증장애인 시설(사랑의 집)을 방문했다. 그 곳에서 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준비와 설거지, 말벗,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방학 때는 문촌7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이동목욕차량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대중목욕탕 이용이 힘든 여성 장애우나 거동이 힘든 할머님들을 방문해 목욕을 시켜드리는 봉사활동이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때를 밀어 드리다 보면 현기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목욕봉사는 육체적으로 힘든 봉사입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놓고 차 안에서 혼자 옷을 벗고 누워 계시는 어르신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봤지요. 제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어르신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봐 그저 웃는 얼굴로 열심히 때를 밀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때밀이 선수가 됐어요. 오일마사지까지 다 해드리고 새 옷을 입혀 드리면 제 마음도 날아갈 듯 개운해진답니다.”
박현선 학생은 최근 의미있는 상을 수상했다. 전국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것이다. 늘 해오던 봉사였는데 새삼 큰 칭찬으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꿈은 국제봉사활동 전문가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후 다양한 해외봉사단체에서 일하고 싶단다.
마음의 문을 열고 장애우 친구들에게 다가서세요
박현선 학생의 봉사활동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지속적으로 장애우들을 위한 봉사를 해왔다는 점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 중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지 않도록 그 친구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이후 줄 곳 장애우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대변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도 2년째 같은 반인 지적장애 친구의 절친으로 친구의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저도 처음엔 장애우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무서웠어요. 말도 통하지 않고 밥을 흘리고 먹는 친구들의 모습을 선입견을 갖고 바라봤지요.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니 친구들도 마음의 문을 열더라구요. 그렇게 친해지기 시작해 지금은 장애우 친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은 장애우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승마교실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박현선 학생은 장애우들 가까이서 누구보다 가슴 벅찬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지난번엔 하반신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말을 타러 왔어요. 말 등에 앉을 수 없기에 결국 담요를 깔고 누워서 말을 타야했지요. 그 친구가 처음엔 무섭다고 울기에 말고삐를 잡고 계속 말을 걸며 천천히 몇바퀴를 돌았어요. 나중엔 아무 말 없이 편안하게 누워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그 친구를 보며 미안한 마음과 감사함,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답니다. 말고삐를 잡고 계속 돌아 다리가 아파왔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타는 친구의 미소를 보며 저도 행복했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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