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내 생애 첫 번째 공연

가슴을 울리는 꿈의 무대가 펼쳐지다

지역내일 2011-10-16 (수정 2011-10-16 오후 7:23:41)

전국이 오디션 열풍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오디션장은 저마다의 희망을 풀어내는 ‘꿈의 공작소’가 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도 노래 실력에 가슴시린 사연을 더한 오디션이 있었다. 당당히 오디션을 통과해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노래할 두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


진난수(35. 화성시 능동)
“노래는 어떤 진통제보다 병의 고통을 잊게 해주죠” 
 
 
진난수 씨는 공연연주를 맡은 센트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류형길 지휘자와 반주를 맞추고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대에 처음 서는 만큼 이것저것 짚어봐야 할 것이 많았다.  공연곡인 보석의 노래(오페라 ‘파우스트’ 중)를 열창하는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연습장을 가득 에워싼다.
“한창 성악가의 꿈을 키워가던 대학 2학년 때 희귀난치성 질환인 다발성 근염이 생겼어요. 전신으로 마비가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라, 호흡이나 하체근력 등 몸의 사용이 많은 성악을 계속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성악을 완전히 놓고 싶지 않았기에 대학원에 진학해 이론공부를 계속했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약 부작용은 림프종을 가져왔고 1년간 항암치료까지 받게 된다. 공부와 투병을 2~3년씩 번갈아하는 힘든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런 난수 씨에게 오디션은 마치 기적처럼 다가왔다. 몸이 조금 회복된 후 문화센터에서 성악 강의를 하다 보게 된 오디션 공고. 사연, 실력, 희망을 가진 사람을 찾는 오디션은 자신과 딱 맞아 떨어졌다. 아리아 ‘나는 종입니다’를 불러 심사위원으로부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소리라는 평을 받는 순간, 지난날의 인내와 노력이 떠올라 울컥 하기도 했다.
병마가 인생을 바꿔버린 시련이었다면 오디션 합격은 삶에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화려하고 관능적인 느낌의 곡을 선보인다. 여주인공 마르그리트가 보석함을 선물 받고 갖가지 보석을 몸에 걸쳐보면서 도취에 빠지는 노래.
공주가 돼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드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노래라 더 애착이 간다는 난수 씨. 연습하는 3개월은 잊혔던 희망을 되찾고, 노래가 어떤 진통제보다 질병의 고통을 잊게 하는 활력소임을 깨닫게 했다.
이제 오디션이 없었다면 꿈꾸지 않았을 뚜렷한 목표 하나가 새로 생겼다. “내 노래가 도구가 돼 음악을 꿈꾸는 이들과 환우들, 장애우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회와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노래를 부를 겁니다.”

유재욱(45.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엄마의 도전과 노력은 계속된다 


2003년 신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진통제 없이 그 아픔을 견디셨던 어머니. 평소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산과 바위 같으셨던 그 분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꼿꼿하고 강한 모습만 보여주셨다.
“어머니를 닮고 싶은 내 마음처럼 딸 주혜(5살)도 나를 닮고 싶을까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유재욱 씨는 그렇게 오디션에 참가했고,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의 힘으로 관문을 통과했다.
복음성가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전문적인 성악공부의 기회가 없었던 그는 난수 씨가 지도하는 문화센터에 등록하면서 처음 성악을 접하게 된다. 선생과 제자였던 그들이 함께 오디션에 참가해 수원지역의 합격자가 되는 인연도 갖게 됐다.
재욱 씨는 오디션 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10명씩 오디션시험장으로 들어갔어요. 성악을 공부한 지원자들이 많아 기다리는 내내 더 긴장됐죠. 오히려 차례가 되니까 준비한 곡인 ‘내 마음의 강물’을 담담히 불러나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과연 나를 뽑아줄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은 한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목소리가 예쁘다는 칭찬에, 얼마 되지 않은 교육기간인데 가능성이 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에 합격을 예견하기도 했었단다.
공연 곡으로는 넬라판타지아(영화 ‘미션’ OST 중)를 선택했다. 워낙 잘 알려진 곡이라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하지만 전예랑 선생님의 레슨을 받으며 감정이 잘 묻어난 자신만의 넬라판타지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딸 주혜는 그의 바람이 통했는지 공연포스터를 보고 무척이나 좋아하고, 자부심 또한 대단해졌다. 엄마의 도전과 노력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 흐뭇하고 고맙기도 하다. 흔히 40대 주부의 삶은 가족에 가려 존재조차 희미하다고들 한다. 재욱 씨는 자신의 노래가 40대 아니,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새로운 것을 찾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는 이 무대에서 더욱더 열심히 넬라판타지아를 노래할 힘을 더해 주고 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행복나눔 프로젝트-내 생에 첫 번째 공연’은?-일반인을 꿈의 주인공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행복나눔 프로젝트-내 생에 첫 번째 공연’에 선발된 여섯 명의 주인공들이 10월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드디어 꿈을 실현한다. 지난 4월 전석을 매진시키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김승일의 내생에 첫 번째 무대’에 이은 두 번째 무대.
경기도문화의전당은 7월25일 약 2개월에 걸쳐 공모와 추천을 통해 1차 선정된 33명에 대한 오디션을 치렀다. 예술적 재능은 있지만 환경의 어려움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예술인을 발굴하려는 취지에 맞게 사연이 중요한 심사대상이 됐다. 북에서 성악을 공부하다 포기한 채 생계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새터민, 중국에서 서울로 오면서 꿈을 접었던 조선족, 84세의 나이에도 도전한 백발의 노인 등 갖가지 사연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 중 공연에 함께 할 6명을 선발했고, 12회 정도의 전문가 레슨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공연에서 여섯 주인공은 독창, 듀엣과 6인의 합창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오디션, 연습, 레슨 등 이들이 변화하는 히스토리가 담겨진 영상을 관람하는 시간도 마련해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내 생애 첫 번째 공연’은 매년 이어질 예정. 2012년은 또 다른 사연의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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