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한자로 표현하면 ‘꿈’, 두자는 ‘희망’, 세자는 ‘자신감’ 네 글자로는 ‘할 수 있어’라고 한다. 끊임없이 ‘자기 진화’를 거듭하며 청춘을 만끽하고 있는 젊은이 류시형(28세). 경희대 조리학과 4학년 무렵 편도행 비행기 티켓과 달랑 3만원(26유로) 들고 유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일대와 러시아, 중국까지 219일간 무전여행을 했다. 당시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아 <26유로>라는 여행에세이를 펴냈다. 그 뒤에도 알래스카 오지탐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배낭하나 메고 훌쩍 다녀왔다. 자타공인 여행 중독자인 그는 여행 분야 파워블로거이며 사진전시회도 열었고 틈틈이 파티플래너와 메뉴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한국국제요리대회에서는 금상까지 받았다.
달랑 3만 원 들고 219일간 유럽 여행
20대 치고는 경력이 다채롭다고 운을 띄우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고 싶었다”는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무전여행 초반에는 노숙도 해보았고 매 끼니 걱정을 해야 했죠. 하지만 곧 노하우를 터득했고 무수히 많은 친구를 사귀었죠. 여행을 떠난 이유가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고 잠자며 그들의 문화를 속속들이 체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스스로를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의기투합한 같은 과 후배 2명과 함께 자동차로 400일간 세계여행을 떠난다. 함께 떠나는 김승민 씨(28세)는 M치킨 청담점 등지에서 근무한 세프다. 팀의 막내 조석범 씨(24세)는 대학 4학년생으로 건강요리에 관심이 많아 약선음식연구회를 이끌었고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탄 경력도 있다.
김치 버스 타고 세계인에게 선보일 ‘김치요리’
김치의 세계화를 모토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유럽을 거쳐 북미 대륙까지 30여 나라를 돌 예정이다. “전공이 ‘요리’인데 유럽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다 보니 ‘한식의 세계화’에 아쉬움이 많았죠. 그래서 이번 여행의 콘셉트를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김치’로 잡았죠.” 류 씨의 설명이다. 칸영화제나 세계음식축제, 각국의 유명 조리학교와 레스토랑을 찾아가 김치요리를 선보이고 스톡홀름 노숙자를 위한 사랑의 밥차 이벤트도 열기로 했다. “김치를 재료로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김치 피자, 김치 부리또 처럼 국인 입맛에 맞춘 퓨전요리를 선보이려고 해요. 여러 차례 품평회를 거치면서 10여종의 레시피를 완성했어요.”
대한민국은 김치 종주국이다. 김치는 효능과 우수성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들에게는 ‘맵기만 한 낯선 음식’일 뿐이다. 이들에게 각양각색의 김치 요리를 선보이고 또 나라별로 기호가 다른 ‘세계인의 김치맛’ 설문조사도 꼼꼼하게 할 예정이라고 세 남자는 포부를 밝힌다.
''why not?'' 내 인생의 새로운 길을 내다
김치 세계여행은 시형 씨의 아이디어다. 3년 전부터 팀원을 모으고 여행 스케줄표를 짜는 한편 기획서 들고 백방으로 스폰서를 구하러 다녔다. 숱하게 퇴짜 맞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현대자동차 등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2억여 원의 협찬을 이끌어 냈다.
‘요리’를 뜨겁게 사랑하는 현직 세프 승민씨는 “외국의 전통시장을 샅샅이 돌아볼 생각이에요. 여행에서 돌아올 때 쯤 ‘나만의 세계 요리 교과서’가 완성되어 있겠죠.” 수줍게 웃는다. 팀의 막내인 석범 씨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평소 요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여행하면서 각국의 문화유적을 원 없이 다 보고 올 생각이에요. 그리고 내가 중국무술, 검도 유단자니까 김치 버스 보디가드역할도 충실히 해야겠죠.” 농담까지 덧붙인다.
오는 23일 출국을 앞둔 세 남자를 격려하고 여행에 필요한 조언을 위해 얼마 전 외교관, 문화기획자, 여행 사진작가 등 문화계 인사 2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라별로 입맛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라별로 김치 레시피가 달라야 한다는 충고부터 한식의 세계화가 세계인에게 무료 시식시키는 단계는 지났다며 아이디어 살린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조언,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 많이 써야한다는 당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멘트 내용을 경청하며 꼼꼼히 메모하던 김치버스팀은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직장, 취업 준비, 이런 걸 다 뒤로 하고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시점에 김치여행을 떠나요. 아마 많이 고생스러울 거예요. 또 그만큼 많이 배우겠지요. 여행에서 돌아올 때쯤 어떤 일을 만나도 ‘해보긴 했어?’라 당당하게 되물으며 ‘나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우리 여행코스는 트위터,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알릴 거예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 역시 멋을 아는 청춘들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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