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된 지금,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빛날인 보인고등학교 나호용 군

지역내일 2011-10-16 (수정 2011-10-16 오전 11:57:04)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어 우울해하던 학생이 있었다. 공부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뭐가 있을까’ 근심이 쌓여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됐다. 갑자기 의욕이 살아났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성격도 변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아졌고 앞장서서 뭔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이 ‘이야기같은 실제’의 주인공은 보인고 3학년 나호용(문과)군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고교생활을 소개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던 게임, 게임기획자 꿈의 시작
어릴 때부터 게임 기획을 좋아했던 호용군. 어른들은 게임이라는 말만 들어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호용군은 꽤 인기가 있는 친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호용군은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하기를 즐겼다.
 “당시에 디지몬 카드가 정말 유행이었어요. 한 장씩 모았던 카드가 많아지자 저는 제 방식대로의 게임을 새로 만들었죠. ‘디지몬카드게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운영, 관리했어요. 새로운 규칙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며 ‘창작’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게임 기획자’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한 호용군. 그때부터 나름대로의 노력이 시작됐다. 스케치북에 자신만의 그림과 캐릭터, 아이템을 만들고 중학교 때는 이런 자료들을 이용해 직접 RPG게임을 제작해보기도 했다. 이때 직접 만든 컴퓨터게임은 관련 커뮤니티 사이에선 꽤 인기를 모았다. 그렇게 호용군은 차곡차곡 그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좌절된 진학의 꿈, 머리도 마음도 둔하게 만들어
그렇게 키워가던 그의 꿈이 고비를 맞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전문게임고등학교인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진학의 꿈이 깨어지고 나서부터다. 게임기획이라는 꿈에 대한 염원이 강했던 것만큼 허탈감도 컸다.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도저히 그 학교 진학이 힘들었어요. 학비가 많이 드는 학교거든요. 상황이 이해는 됐지만 어린 마음에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죠.”
 호용군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양 웃으며 당시를 회상한다.
보인고에 진학한 후 오랜 기간 방황이 이어졌다.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공부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공부에 흥미를 잃자 성적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친구관계도 힘들어졌다. 2학년 때에는 스스로 생각해도 문제가 될 만큼 소심해지고 무뚝뚝하게 성격이 변해갔다.
 3학년이 됐다. 이렇게 그냥 허무하게 시간을 마냥 보낼 수만은 없었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직업학교. 하고 싶은 컴퓨터게임 공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아버지의 반대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박현수 상담교사와 정지연 영어교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직업학교 문을 두드리게 됐다.
 
다시 시작된 날개짓, 이미 이뤄지고 있는 꿈
아현정보산업고등학교 e-스포츠학과에 다니게 된 호용군은 이제까지 펼치지 못한 그의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C프로그래밍과, 포토샵, 플래시 등을 배운 호용군은 직업학교의 추천으로 지역구에서 주관하는 자바·안드로이드·JSP 프로그래밍 수업도 섭렵했다. 던파 아이디어 공모전 입상에 이어 전주대학교 앱 기획서 공모전에도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친구들과 함께 공모전 준비도 했다.
 “친구 박원혁, 정종민과 함께 ''EXCITING''이라는 팀을 결성, 공모전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게임기획과 디자인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았습니다.”
확실한 팀을 결성한 후 이들의 공모전 도전이 이어졌다. 직업학교 교내 창업대회 입상, 소셜벤처 서울/강원지역 최우수상을 입상한 이들은 제1회 청소년 부문 소셜벤처 전국대회에 진출해 우수상을 수상,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낸 아이디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내 친구 수호천사’. 또 국민대학교 Pre-School에 기획파트를 등록, 올 12월 에는 호용군이 기획한 게임 어플리케이션이 나오게 된다.
 호용군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게 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하고나서부터다. 공부할 때는 5시간 앉아있기가 힘들었던 호용군. 기획서를 쓰거나 아이디어와 게임의 캐릭터를 구상할 때면 하루 종일 집중해도 흐트러짐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전해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감도 많이 생겨났고 남들로부터 인정도 많이 받았어요. 이제 이루기 시작한 나의 꿈, 하나하나 이루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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