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입문해 학생들과 26년을 함께한 최상준 교사(56세). 그가 가진 교육철학은 신임교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것은 교육애, 바로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다. “교사가 가져야 할 중요 덕목은 교육애라고 생각해요. 물론 수업을 잘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아이들에게 감흥을 줄 수 없어요. 교육애에 실력까지 갖춘 교사야말로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진짜 선생님이죠.” 실제 최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면서 유쾌하게 수업을 이끌고 있는 잠실여고생들의 든든한파수꾼이다.
학생과 ‘소통’ 중요시하는 열혈 교사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담임으로 많은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 그는 늘 ‘소통’을 중요시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안목과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소통을 우선시했던 것. “처음 교사를 시작했던 시절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변하긴 했어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얘기를 많이 해도 학생들과 소통하다보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봐요.”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최 교사는 15~20년전 까지만 해도 학급학생들과 즐거운 프로젝트를 펼치곤 했다. 대학교 탐방, 야구장․영화관 나들이가 그것. 그 중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실시한 대학탐방은 학생들과의 소통의 의미 뿐 아니라 학습 동기부여에도 영향력을 발휘해 학부모들도 좋아했다. 그는 “아이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대학을 조사해 5개 정도 선정해서 중간, 기말 시험이 끝나는 여유로운 주말에 한 곳씩 찾아다녔다”며 “함께 도서관 구경도 하고 교정을 걷고 사진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낸 후 저녁 먹고 헤어지는 코스였다”고 지난 시간을 들려줬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잠실야구장 나들이도 함께 다녔다.
효율적인 입시지도를 위해 학급용 입시책자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지금이야 입시자료가 워낙 많아서 손쉽게 적용이 가능하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체계적인 입시열람표 같은 게 없었어요. 그래서 입시용 책자를 만들어서 학급에 비치해두고 대학을 지원할 때 활용했었지요.” 얘기 들어보니 정말 열성가득한 담임의 모습이다.
노력과 성실함 강조하며 애정 쏟아
애정과 열정을 쏟은 만큼 최 교사를 믿고 따르던 제자들이 많은 건 당연지사. 학생들 사이에서는 ‘고3이 되면 최상준 선생님이 담임되면 좋겠다’는 얘기도 쏠쏠히 나왔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제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기억에 남는 제자 얘기를 들려주라는 이야기에 최 교사는 13년 전 특별한 기억을 떠올렸다. “반에서 40등쯤 하던 녀석이 학기 초에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고31년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도와 달라는 거예요. 당연히 도와주겠다하고 자율학습시간을 체크하는 학급열람실 노트를 관리 하는 임무를 줬죠. 매일 밤 마지막까지 학교에 남아 상황체크를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공부하더니 반 석차가 15등까지 올라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한 4~5년쯤 흐른 후에 학교로 찾아온 거예요.” 학생의 손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된 후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직접 고른 최 교사를 위한 양복 한 벌이 들려 있었다.
“학교라는 곳은 학생이든 교사든 노력을 한 만큼 보람이 분명히 나타난다고 봐요. 좋은 대학을 많이보내고 못 보내고를 떠나서 사회에 나가기 전에 소양을 쌓고 바른 사회적 가치관, 인생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잖아요.” 때문에 고3을 주로 지도해온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노력’ 과 ‘성실성’을 강조하게 된다. 그는 “성실함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덕목이고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빛을 발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천직
최 교사 본인도 끊임없이 노력해온 케이스다. 초임 교사시절부터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6년 전부터는 담당과목에 대한 전문성과 좀 더 나은 교습법을 쌓기 위해 학교 밖 활동도 열심히 해왔다. 참고서, 논술교재 집필, ebs 수능교재 검토위원,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모의고사 출제위원, 모의고사 검토위원으로 수차례 참여했다.
“여러 학교에서 선발된 선생님들과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다보면 자극도 많이 되고 지적인 것에 대한 욕심도 많이 생겨요. 틈틈이 이런 일에 참여하면 서로 배우고 도움 되는 점이 굉장히 많아요.”
고려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교직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20년간 담임교사로 학생들을 서포터해온 최 교사. 그는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방과후교과부’를 총괄한다. 만족도 높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개설하고 유지하는 일,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비한 각종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 교육청과 구청에서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일 등 공교육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나은 잠실여고를 만들기 위해 힘 쏟고 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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