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의 고향 이탈리아의 ‘오리지널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입소문난 <아 삐에디>. 석촌호수 건너편으로 물어물어 찾아간 파스타집은 주택가 안쪽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분위기는 아늑하고 포근했다. 시계와 램프 등 앤티크 소품과 수백 개의 코르크 마개를 이어 붙여 만든 메모판, 단골손님들이 정성껏 써 보낸 엽서와 사진들로 장식된 식당 안은 공들여 꾸민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테라스에는 정성껏 가꾼 화분들이 레스토랑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갈색 톤이 멋스러운 테이블은 750년 된 미얀마산 ‘가링’이란 나무를 들여와 맞춤 제작했다고 한다.
‘고정 메뉴는 싫다’ 스페셜메뉴 선보여
이 집은 특이하게 메뉴판이 따로 없고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나무 칠판에서 파스타 메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철 식재료로 그때그때 손님상에 올리는 주방장 스페셜 파스타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고정 메뉴판을 만들지 않는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직접 뽑은 생면에 해산물과 생토마토로 소스 맛을 낸 ‘스꼴라오’나 성악가 파바로티가 고향에서 즐겨먹었다는 ‘파바로티 파스타’ 등이 한 예다. 물론 크림이나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비롯해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넣은 알리아올리오, 크림과 계란노른자 등으로 만든 까르보나라 등 대표 메뉴들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블로거들이 ‘강추’한 나폴리식 해산물 스파게티에는 홍합으로 시원하게 국물을 낸 뒤 매콤한 맛이 더해져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오븐에서 바로 구어 나온 피자도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서비스로 제공된 디저트 ‘바질 셔벗’은 바질 특유의 향과 시원함이 어우러져 입 안을 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메뉴에는 없더라도 손님이 좋아하는 개인용 맞춤식 파스타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것도 이 집만의 장점이다. 미리 예약하면 이탈리안 코스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유학파 세프가 선보이는 파스타
레스토랑의 이름 <아 삐에디 a piedi>는 이탈리아어로 ‘걸어서’란 뜻. 이 때문에 건물 외벽에 발자국 문양을 커다랗게 장식해 놓았다.
‘장사보다 요리가 먼저’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주인장 계세언씨. 셰프가 되기까지의 그의 인생 스토리가 흥미롭다. 10여 년 전까지 성실한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업무상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태리어를 배울수록 요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한편으로는 샐러리맨으로 이렇게 살다가 나이 들면 뭐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어요. 현지에서 혹독하게 공부하고 이탈리아 식당을 돌며 실습하며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요리의 감’을 익혔다. 귀국 후에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세프로 일하다 남산자락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파스타집을 열었고 2009년에 석촌호수 부근으로 이사왔다.
파스타 마니아들이 단골 손님
동네 파스타집이지만 전문 바리스타까지 있어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본사에서 소스를 일괄 공급받는 프랜차이즈 파스타집과 달리 내 손으로 모든 소스를 다 만들어요. 생토마토를 오래도록 끓여 깊은 맛을 내지요. 근처 가락시장에서 제철 야채와 수산물, 육류 사다가 계절별로 다른 메뉴를 선보이기도 하구요. 손님들에게 최고의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자고 매일 아침에 내 자신에게 주문을 외우죠.” 계세언 셰프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아 삐에디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파스타 맛에 반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계 셰프는 맛의 품질을 위해 ‘딱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손님만 받는다. 손님이 몰려들 때도 정중히 돌려보낸다. 방송출연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저녁 무렵에는 ‘코드’가 맞는 손님들과는 기타를 연주하며 즉석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특히 아 삐에디 블로그에는 다양한 파스타 레시피도 올려놓아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 많은 ‘식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위치 : 석촌호수 건너편 바다공원 횟집 지나 모피숍과 노래방 골목 사이길로 20m
(주소) 송파구 송파동 8-6
영업시간 : 월 휴무, 화 오후5시~10시, 수~일 낮12시~오후10시
메뉴 : 일반 파스타 1만3000원
스페셜 파스타 1만4000원
피자 1만4000원
안심스케이크 3만3000원
문의 : (02)3431-0003 blog.naver.com/mutzin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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