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개 쉼터에서 장산봉으로 올라가는 길
부산에 살면서 등산 한 번 안 해본 이가 있을까. 부산에서는 어디서 눈을 돌리든 산과 마주할 수 있다. 부산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금정산에서부터 이름 모를 동네 뒷산까지 아무 때고 오르면 된다. 화려한 단풍에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명산도 내 고장 산만큼 친근하지는 않을 터. 올가을에는 멀리 갈 것 없이 인근 산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장자산 약수터에서 바라보는 풍경
이기대 해안길로 유명한 장자산
용호동에 있는 장자산은 해발 225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이라 부르기도 머쓱한 높이의 이 산이 유명한 이유는 가히 절경이라 말할 수 있는 이기대 해안길을 품고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용호동 섭자리나 오륙도 선착장을 들머리로 하는 3시간 코스의 해안 산책로는 평일 낮에도 파도 소리와 함께 산길을 걸으려는 인파들로 북적인다.
한적한 산길을 걷고 싶다면 해안 산책로보다는 일반 산행 코스를 권한다. 장자산의 들머리는 보통 용호동환경시설공단 입구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오랜 산행을 원한다면 동명불원 근처를 들머리로 해서 봉오리산을 거쳐 장자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산행에 자신 없는 사람은 큰고개 쉼터에 차를 주차시킨 뒤 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 옆 팔각정에서부터 장자산 정상인 장산봉까지는 600m. 완만한 경사라 운동화나 심지어 슬리퍼만 신고도 너끈히 오를 수 있어 오히려 싱겁게 느껴진다.
장자산 정상에는 정상석대신 기념비가 서있다
장자산 약수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감탄을 자아내
팔각정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곧바로 정상에 다다를 수 있고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약수터로 가게 된다. 우리 일행은 팔각정에서 약수터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약수터에는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약수터 아래로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가 보이고 저 멀리 광안대교와 장산을 조망할 수 있다. 약간만 눈을 돌리면 누리마루와 달맞이 고개가 한 눈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 맛에 장자산에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수터에서 장자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제법 경사가 있으면서 빨리 갈 수 있는 코스와 둘러가지만 완만한 경사에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 가픈 숨을 몰아쉬며 제 발끝만 바라보는 산행이 아닌 유유자적한 산책이 목표였던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당연히 편한 길이었다.
장자산 정상에 다다르면 운동 기구가 보인다
가뿐한 산행으로 마음까지 가벼워져
장자산 정상에 다다르면 운동 기구가 보인다. 장산봉에 이르는 길 중간중간 황홀한 경관으로 눈이 즐거웠다고 해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정작 장산봉은 평평한데다가 사방으로 키높은 풀과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생각만큼 멋진 경관을 선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산행 코스는 잡기 나름이지만 가벼운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장자산 코스는 안성맞춤이다. 산들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상쾌한 숲길을 걷다보면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이름난 명산은 아니지만 수려한 풍경에 언제든 오를 수 있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장자산.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 주는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tip
장자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이기대 해안 산책로’다. 제주 올레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이 코스는 걷는 사람들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명품길이다. 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기대 주차장 옆 ‘백련암’에 들러보자. 아담한 규모의 말사지만 풍경만큼은 최고다.
아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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